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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0 20:08 수정 : 2019.07.10 21:48

지난해 12월 콩고민주공화국 북키부 주 베니에 있는 에볼라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일주일된 신생아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 보도자료

민주콩고서 발병 11개월
환자수 가파르게 상승 불구
종족분쟁·테러로 퇴치 난항

지난해 12월 콩고민주공화국 북키부 주 베니에 있는 에볼라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일주일된 신생아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은 유엔 보도자료
중앙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동부 이투리주 북부의 국경 도시 아리와라. 이웃 나라 우간다와 불과 10㎞, 남수단과는 70㎞ 정도 떨어진 이곳에서, 지난 5일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4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북키부주 베니시에 살던 이 여성은 지난 1일 자녀 5명과 함께 에볼라 감염 진단을 받았다. 아이 둘은 이미 세상을 등진 상황. 에볼라 환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면 21일간 당국의 추적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여성은 장거리 여행 자제령도 무시하고 에볼라 대응팀을 피해 500㎞나 떨어진 이곳으로 옮겨왔던 터였다.

민주콩고 보건당국은 사망한 여성의 가족이 아리와라시에서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사람이 현재까지 177명이라고 밝혔다. 접촉 사실을 솔직히 밝히지 않은 경우나 이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연락이 끊긴 경우 등을 감안하면 접촉자 수는 가파르게 늘어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우간다와 남수단 지역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확산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콩고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한 지 벌써 1년 가까이 경과하고 있다. 사태가 수그러들기는커녕 감염자 수가 빠르게 불어나는 모양새다. 세계보건기구의 지난 3일 집계를 보면, 북키부주에서 지난 8월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2382명이 감염되고 이 중 1606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4~2016년 서아프리카 일대를 초토화시킨 에볼라 사태(2만8000명 감염, 1만1000명 사망)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민주콩고는 1976년 처음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발생한 이래 11번째 에볼라 사태를 겪었다. 2014~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 당시엔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았지만, 이후 크고 작은 에볼라 피해를 겪다가 최근엔 가장 큰 고통을 받는 나라가 됐다. 특히 에볼라가 종식된 지 넉달 만에 재발해 에볼라가 이미 토착화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에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확산 속도도 빠르다. 감염자 1000명을 찍는 데 8개월이 걸렸지만 2000명 선을 넘어서는 데는 71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현재까진 북키부주의 부템보, 베니 등에 감염자가 집중돼 있다. 그러나 주도이자 100만 인구 밀집지역인 고마시로 번질 경우, 국경을 넘어 이웃 국가로까지 사태가 확산되며 통제 불능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우간다에서 5살 아이가 에볼라 판정을 받은 뒤 격리된 시설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튿날엔 50살 여성이 숨졌다. 이들은 가족 장례식 참석차 북키부 지역에 다녀왔다가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는 아직까진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우려스럽긴 해도 아직까진 민주콩고 북동부 두 주에 집중돼 있어 조만간 에볼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엔 다소 낙관적인 기대가 담겨 있다. 민주콩고 사람들이 백신 접종보다 전통적 치료방식을 선호하고 있는데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지역들이 수십년 간 종족 간 유혈분쟁이 지속되거나 무장괴한 및 반군의 활동이 잦은 곳이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겹치면서 질병 통제는커녕 감염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총선·대선 동시 실시를 앞두고, 조제프 카빌라 당시 대통령이 에볼라 발병을 이유로 동부 베니와 부템보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선거 일정을 미루면서 에볼라 퇴치 의지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했다. 에볼라 백신 접종을 권하는 의료진을 정부와 결탁한 세력으로 여겨, 각종 테러가 잇따르는 복잡한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에볼라 백신이 ‘치료제’가 아니라 사실은 ‘독약’이라는 헛소문이 온라인에 유포되고 있고, 의료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살해 협박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최근 안전 문제로 부템보 지역에서 철수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존 존슨은 “이곳은 이제껏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가장 복합적인 보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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