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5 17:16
수정 : 2019.07.05 19:17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을 맞은 4일(현지시각) 워싱턴 내셔널몰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미국에 대한 경례’ 행사에서 연설 도중 청중들을 가리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군대 사열 스타일 이벤트하며
내셔널몰 링컨 기념관서 연설
‘재선 위한 호화쇼’ 비판 의식
“같은 목표의 한 나라로 가자”
정치색 뺀 ‘통합’ 메시지 내놔
수천명 지지자 “4년더” 외치고
‘베이비 트럼프’ 반대 시위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을 맞은 4일(현지시각) 워싱턴 내셔널몰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미국에 대한 경례’ 행사에서 연설 도중 청중들을 가리키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대의명분에 충실하는 한, 위대한 역사를 기억하는 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는 한, 미국이 못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 병력과 장비를 대거 동원한 ‘사열 스타일’ 이벤트로 미국의 힘을 과시하며 미국인들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의 저공비행과 군가 연주 속에 워싱턴 내셔널몰 링컨기념관에 마련된 연단에 올랐다. 대통령의 연설 중간중간에 전략폭격기 B-2와 F-35, F-22 전투기, 해군 곡예비행단인 블루 에인절스 등의 20여대 비행기가 축하 비행을 했고, 행사장 주변엔 1000㎞ 이상 떨어진 육군 부대에서 실어온 에이브럼스 탱크 2대와 브래들리 장갑차 2대가 전시됐다고 <시엔엔>(CNN)이 전했다.
그는 빗속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된 ‘미국에 대한 경례’ 행사에서 과학·의학·정치·예술 분야에 공헌한 미국인들을 나열하는 한편, 건국과 서부 개척, 여성 참정권 운동 등 미국 역사의 변곡점이 된 주요 사건들을 짚으며 “같은 목표를 지닌 하나의 국가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곧 화성에 성조기를 꽂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날 연설에는 언론과 민주당 대선 주자 등에 비판 등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레퍼토리는 빠지고, 이례적으로 통합의 메시지가 담겼다. 미국인들이 자축하며 즐기는 독립기념일에 군대까지 동원해 ‘재선용 호화 쇼’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정치색을 줄이려고 애썼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은 4일(현지시각), 반전 평화단체 ‘핑크 코드’ 등이 “트럼프가 국가적 기념일을 빼앗아 자축하는 날로 삼았다”고 항의하며 워싱턴 모뉴먼트 쪽에 세운 ‘베이피 트럼프’ 풍선 앞에 사람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행사장 안팎에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구호를 적은 모자를 쓴 수천명이 성조기를 휘날리며 “4년 더”, “유에스에이” 등을 외치는 등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반면 반전 단체 ‘핑크 코드’ 등은 “트럼프가 국가적 기념일을 빼앗아 자축하는 날로 삼았다”고 비난하며 워싱턴 모뉴먼트 부근에 반트럼프 시위의 상징인 ‘베이비 트럼프’ 대형 풍선을 띄웠다.
민주당의 대선 주자들도 비판에 합류했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이날이 자신의 생일이 아니라 미국의 생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이건 독재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트위터 비판을 날렸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했던 저스틴 어마시 하원의원은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오늘 나의 독립을 선언하며 공화당을 떠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