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9 10:02
수정 : 2019.06.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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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문제로 미국 국방장관 대행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난 패트릭 섀너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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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전처와 폭력 다툼, 아들의 모친 폭행’ 보도
트럼프, 마크 에스퍼 육군장관을 국방장관 대행 임명
매티스 전 장관 사임 뒤 국방장관 공백 7개월 지속
신임 에스퍼 국방장관 대행은 중국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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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문제로 미국 국방장관 대행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난 패트릭 섀너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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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가정폭력 문제로 사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국방장관 자리 공석 상태가 더욱 장기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위터를 통해 섀너핸 장관 대행이 자신의 세 자녀가 “가정사 문제로 정신적 외상을 겪지 않게 하려고” 국방장관 인준을 포기하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크 에스퍼 육군장관을 새 국방장관 대행으로 지명했다. 또 “난 마크를 안다. 그가 환상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에스퍼 대행의 국방장관 인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섀너핸 장관 대행도 성명을 내어 “오래전의 고통스럽고 깊은 개인 가정사가 파헤쳐진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사의를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섀너핸이 이날 아침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가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연방수사국(FBI)이 섀너핸과 그의 전처 킴벌리 조딘슨 사이의 9년 전 다툼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와 전처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서로를 때렸다고 주장하고 있고, 전처는 이 사건 뒤 체포됐으나 혐의가 풀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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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미국 국방장관 대행으로 지명된 마크 에스퍼 육군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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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도 섀너핸의 10대 아들이 2011년에 야구방망이로 어머니를 때려 의식을 잃게 하고 유혈이 낭자하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섀너핸 부부는 별거하고 있었다. 이 신문은 그가 국방장관 대행으로 지명된 올해 1월 이후 이 사건들에 대한 질문에 대응해왔으나,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섀너핸은 아들이 전처의 남동생에게 보낸 글에서 자기 방어 차원에서 어머니를 폭행했다고 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섀너핸은 “훌륭한 가족에게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정말로 비극”이라며, 이 사건의 불거진 것은 “내 아들의 인생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리아 철군 문제로 이견을 보이다 지난해 12월 사임한 뒤로 미국 국방장관직은 7개월이나 비어 있어 미군 지도력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매티스 전 장관이 물러난 뒤 부장관이던 섀너핸은 국방장관 대행으로 임명되고, 지난달 정식으로 장관 지명자가 됐으나 의회 인준이 미뤄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달이 넘도록 상원에 인준 요청을 하지 않아 지명을 철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았다. 섀너핸의 인준이 늦춰진 것은 그가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방위산업체 보잉에게 특혜를 제공하려 했다는 의혹을 국방부 감사관이 조사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섀너핸은 대행으로 임명된 뒤 매티스 전 장관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가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페르시아만 사태와 관련해 미군 1천명 증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야는 일제히 국방장관직 공백의 장기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란에서 도발 등 온갖 일들이 벌어지는 지금은 어려운 때”라며 “그런데 이런 시기에 국방장관이 없다는 것은 끔찍하며, 이 행정부의 혼돈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국방장관 대행이 되는 에스퍼 육군장관은 25년간 육군과 버지니아 주방위군에서 복무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뒤 방산업체 레이시온에서 정부 쪽을 담당하는 일을 하고 2017년 11월 육군장관이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동기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그는 군에서 중국 문제에 집중해온 전문가로 평가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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