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3 15:09
수정 : 2019.06.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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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F-18 호네트 전투기가 엔진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항공모함에서 이륙하고 있다. 출처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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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브라운대 연구팀, ‘전쟁 프로젝트의 비용’
2001~2017년 미군 배출량 12억…세계 55위
단일조직으론 세계 최대 석유 소비자
항공기·항모 등 군사장비의 배출량 엄청나
화석연료 소비 절감의 장점 제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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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F-18 호네트 전투기가 엔진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항공모함에서 이륙하고 있다. 출처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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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50여개국에 포진한 미군을 거느린 미국 국방부(펜타곤)를 온실가스 배출의 최대 주범으로 지목한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브라운대 왓슨연구소가 12일 공개한 <전쟁 프로젝트의 비용> 보고서를 보면, 2001년 테러와의 전쟁 개시 이후 2017년까지 미 국방부가 단일 조직으론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자이자 온실가스 배출 당사자였다. 이 기간에 미군은 최소 12억1200만 이산화탄소 환산톤(CO₂e)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네타 크로퍼드 보스턴대 교수(정치학)는 12일 다국적 비영리 학술 저널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 2017년 한해만도 약 5900만t의 이산화탄소 및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며 “펜타곤을 하나의 국가로 계산하면 포르투갈(57위)과 스웨덴(65위)을 앞지르는 세계 55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군은 11척의 항공모함을 비롯한 군함, 수천대의 군용기와 군용차량 등 군사장비, 200만명의 병력, 그리고 세계 전역에서 운용중인 56만개의 건물에서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다. 특히 군용기의 배출이 심각한데, 비(B)-2 스텔스 전략폭격기 한 대가 2만5600갤런의 제트유를 싣고 눈깜짝할 시간인 1마일 비행당 4.28갤런을 소비해 250 환산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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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B-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비행하는 모습. 이 폭격기는 2만5600갤런의 제트유를 싣고 눈깜짝할 시간인 1마일 비행당 4.28갤런을 소비해 250 환산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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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퍼드 교수는 “미군의 에너지 소비가 미국 정부 전체 에너지 소비의 77~80%를 차지한다”며 “국방부는 미국 최대의 에너지 소비자이며, 따라서 단일 조직으론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자”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군의 연료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온실가스 다량 배출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미국내 다른 부문이 배출과 결합해 많은 기후 과학자들이 가능성을 경고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데 한몫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 1위는 중국이며, 미국, 유럽연합, 인도, 러시아, 일본, 브라질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크로퍼드 교수는 미군의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2004년 최고치를 찍은 이후 감소 추세라며, 이는 미군 당국이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려 신재생 에너지, 건물의 단열 기능화, 군용기의 엔진공회전 축소 등에 힘입은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 국방부의 화석 연료 소비 절감을 권하며, 그 장점 4가지를 들었다. 첫째, 미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으로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야전군의 석유 의존도를 줄여 정치·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이익을 얻는다. 셋째, 중동 산유국에 대한 미군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걸프만 주둔 미군 규모의 적정성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재평가할 수 있다. 넷째, 연료비 절감 및 석유 자원 확보를 위한 군사작전을 줄여 군비 지출을 절감하고, 그 비용을 생산적 경제활동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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