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8 16:12
수정 : 2019.05.0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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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7일 총기 수입 확대와 개인의 총기 소유를 허용하는 법령의 서명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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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군인 출신 대통령, 우향우 행보 계속
총기 수입 빗장 풀고 장전된 총기 휴대 허용
교육 지원 예산 30%↓…군사고교 증설 추진
군사독재 시절 실종자 유해 발굴·감식은 중단
취임 100일째 대통령 지지율 34%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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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7일 총기 수입 확대와 개인의 총기 소유를 허용하는 법령의 서명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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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취임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급격한 우향우 행보를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군인 출신으로 ‘브라질의 트럼프’를 자처하는 그의 극우 노선은 2002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집권해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기까지 노동자당 집권 15년 동안 추진해온 정책들과 확연히 대비된다. 보우소나르는 1988년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지난해 대선에서 당선됐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7일 총기 수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개인의 실탄 구매 한도를 확대하는 법령에 서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일반인이 총알이 장전된 총기를 휴대하는 것도 허용했다. 그는 서명식에서 “(총기 판매의) 독점을 깨뜨렸다. 이전엔 총기를 수입할 수 없었지만 우리가 그것을 끝냈다”고 말했다. 이날 브라질 무기제조사인 타우루스의 주가는 10.45%나 급등했다.
보우소나르는 전날에는 리우데자네이루 군사학교 개교 13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전국 각 주의 주도에 군사고등학교를 1개씩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 시각, 학교 밖에선 정부가 공교육 지원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에 항의하는 교육자와 학생, 학부모들이 “우리는 공부하고 싶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주 정부가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연방 교육예산 지원을 최소 30%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플루미넨시 연방대학의 카치아 바르보자 교수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공교육 예산 삭감은 브라질의 전 세대에 걸쳐 과학·기술의 발전을 매우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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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공립학교 학생들이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교육 지원예산 대폭 삭감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남학생 손에는 철학 교과서가 들려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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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보우소나르 정부가 과거 군사독재 시절 정권에 납치돼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유해 발굴과 감식을 수행해온 민관 합동기구 2곳의 폐쇄를 명령했다고 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가 보도했다. 지금까지 상파울루 인근에서만 600여구의 주검이 발굴됐으며, 신원 감식이 필요한 유해 상자가 1천개를 넘는다. 2016년 보우소나르는 반독재 게릴라 전사 출신이자 고문 피해자인 호세프 전 대통령에 대한 보수 기득권층의 탄핵 정국 당시 “나는 고문을 지지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월 2일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행정명령 1호로 아마존 밀림의 벌목과 개발, 원주민의 ‘보호 지역’ 격리를 지시한 바 있다. 아마존 우림 지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일 뿐 아니라 지구 산소의 20%를 생성해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지난달 브라질 공공여론통계연구소의 여론 조사에서, 보우소나르는 대통령 취임 100일째 지지율 3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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