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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2 14:02 수정 : 2019.04.12 14: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누나인 메리앤 트럼프 베리가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재직 중 트럼프가 탈세 의혹
지난해 ‘뉴욕 타임스’ 보도 뒤 뉴욕 법원이 조사
현직 신분 벗어나면서 조사는 자동적으로 종결
논란 불구 연금은 그대로…조사 청구인들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누나인 메리앤 트럼프 베리가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탈세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누나가 사직했다. 조사를 청구한 이들은 책임을 피하고 연금을 타려는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제3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인 메리앤 트럼프 베리(82)가 2월11일에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1일 보도했다. 검사 출신인 베리는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임명했고,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항소법원 판사로 승진시켰다. 베리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는 재판 업무는 맡지 않았다.

베리는 지난해 <뉴욕 타임스>가 트럼프 일가의 탈세 의혹을 보도한 뒤 법원에 조사 청구가 들어왔다. 이 신문은 1999년 별세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가 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거액의 탈세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프레드 트럼프의 부동산 가치가 과세 당국에는 4140만달러(약 472억원)로 보고됐는데, 그의 사망 뒤 10여년간 16배 값에 팔렸다는 것이다. 또 프레드 트럼프 부부가 자녀들에게 총 10억달러를 물려줄 때 정상적이라면 세금을 5억5천만달러를 내야 하지만 실제로는 5220만달러만 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자녀들이 실제 납부해야 하는 상속·증여세의 10%도 안 되는 세금만 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이 기사를 본 4명이 베리에 대한 조사를 법원에 요구했고, 조사는 이해충돌 우려 때문에 그가 일하는 법원이 아닌 뉴욕 법원에서 맡았다. 베리의 사임 사실은 스콧 슈처트 변호사 등 조사를 청구한 이들에게 뉴욕 법원이 보낸 통지문을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조사 청구인들은 베리가 조사를 회피하고 연금을 그대로 받으려고 꼼수를 썼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조사는 현직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베리의 사직으로 조사는 자동 종결됐다. 베리는 결격 사유 없이 퇴직함으로써 연간 22만3700달러(약 2억5500만원)의 연금을 그대로 받게 된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들은 퇴직 당시의 연봉과 같은 연금을 받는다. 슈처트 변호사는 “그런 사람들이 연금을 받는다니 짜증난다”고 <시엔엔>(CNN)에 말했다.

동료 판사들은 베리를 떠나보내면서 좋은 말을 했다. 브룩스 스미스 제3 연방항소법원장은 성명을 통해 “베리는 사법의 거인”이라고 칭찬했다. 같은 법원 판사 시어도어 매키는 “조사 청구인들의 주장은 모략일 수 있다”며 “베리는 그 때문에 걱정이 컸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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