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23 11:32
수정 : 2019.03.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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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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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달인’ 자임…북과 긴장국면서 예측불허 스타일 재연
‘불분명한 트윗”으로 혼선 가중…허찔린 당국자들 ‘허둥지둥’
정부 메시지와 ‘괴리’…볼턴은 재무부 제재 환영트윗 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트윗을 날리면서 미 행정부는 벌집을 쑤신 듯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분명한 표현’으로 인해 정확한 제재 철회 대상을 놓고 온종일 혼선이 빚어지는 등 롤러코스터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라는 ‘돌발 변수’ 등을 고려한 사인의 ‘긴급성’을 인정하더라도,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북미 관계가 기로에 선 상황에서 대북제재와 같은 중요한 현안에 대해 ‘부정확한 트윗’으로 대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 비판적 시선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 일은 즉흥적이고 예측불허인 ‘트럼프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날 ‘폭탄선언’의 정확한 뜻을 둘러싼 혼란상이 부각되면서 정작 ‘추가제재 철회’ 카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던지려고 했던 메시지 등 ‘사안의 본질 은빛이 바래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이 그의 참모들과 행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촉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1시 30분쯤 트위터에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에 의해 발표가 이뤄졌다.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철회할지에 대해 애매모호하게 표현한 게 발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이라고 표현했지만, 전날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대북 관련 제재가 있었을 뿐, 이날 재무부가 추가로 한 신규 발표는 없었다. 이 때문에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를 ‘오늘’이라고 잘못 표현한 것으로 간주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자신의 행정부 발표를 번복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오후 7시께 ‘이 사안을 잘 아는 행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철회한 제재’는 전날 이미 이뤄진 제재가 아니라 ‘조만간 예정된 대규모 추가제재’ 였다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의 트윗과 외신 보도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발표됐다’던 추가제재는 실제로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수일 뒤 예정된 미래의 제재’였다는 것이다. 그 사이 트럼프 행정부는 그야말로 혼돈 그 상태였다고 CNN이 전했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리킨 제재가 무엇인지, 이번 결정은 어떤 함의를 담았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허둥지둥하거나 대기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서는 참모들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발표된 제재’를 거론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CNN은 “여러 백악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혼란스러우며 정확히 어떤 것(제재)을 가리킨 것인지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재무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한 입장을 묻는 요청에 즉각적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국방부는 모든 언론 질의에 대해 “백악관에 물어보라”고 넘겼다고 CNBC 방송이 전했다. 당혹감 속에 정확한 상황 설명을 놓고 행정부 간에 ‘폭탄 돌리기’ 양상까지 나타난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은 지 2시간여가 지나도록 제재에 관여된 당국자들마저도 트럼프 대통령 트윗의 의미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후속 절차를 밟아나가야 할지를 놓고 백악관의 ‘지침’을 무작정 기다리는 상태였다고 복수의 당국자들이 CNN에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올라온 시점으로부터 약 3시간쯤 지난 뒤 한 당국자가 “우리는 허를 찔린 상태였으며, 사람들은 여전히 대체 뭔 일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트위터와 뉴스를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라고 토로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날 밤까지도 정부 당국자들은 아직 백악관으로부터 정확한 지침을 받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앞으로 있을 신규 제재를 ‘오늘 발표된 것’이라고 언급했는지는 불분명한 가운데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발표한 제재’와 ‘앞으로 발표하려고 했던 제재’를 혼동했을 수 있다고 CNN에 전했다.
이와 관련, 한 고위 행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현시점에서는 대북 추가제재를 추진하지 않으며, 중국 해운사 2곳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치는 유지된다”고 밝혔다고 CNN이 보도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는 행정부에 의해 이뤄지는 정책 사안을 스스로 ‘비토’(거부)한 셈이 됐다고 CNN은 지적했다. 기존 ‘워싱턴 문법’과 ‘전통적 규율’에서 벗어난 트럼프식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라는 것이다.
백악관 측은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좋아하며 추가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짤막한 입장을 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으로 대북 정책을 둘러싼 행정부 내 이견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등 난맥상도 그 민낯을 드러내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있기 불과 하루 전 재무부가 제재를 발표했을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그리고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전면에 나섰던 ‘슈퍼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신한 것과는 확연한 온도 차가 감지되는 대북 압박 메시지를 발신했기 때문이다. 특히 볼턴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제재 조치를 공개적으로 반겼다.
미국과학자연맹의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느슨하게 할 것이며 미국 외교관들이 다른 나라들에 대북 압박 정책을 유지하라고 설득하는 작업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래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벼랑 끝’에서 ‘예측불허의 카드’를 던지며 판을 흔든 건 북미협상 과정에서만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기의 담판’으로 불렸던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잡힌 뒤인 5월 24일 북한의 대미 비난 공세 등을 들어 회담 취소를 전격으로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8월 24일에는 비핵화 진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며칠 뒤로 예정돼 있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을 취소했다.
지난달 27∼28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8개월 만에 재회한 트럼프 대통령은 ‘나쁜 딜 보다는 노딜을 택하겠다’는 기조를 고수하며 합의문 채택 없이 협상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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