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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3 16:24 수정 : 2019.03.13 19:35

11일 미국 워싱턴주 보잉 제조 시설에 인도받을 항공사들의 디자인을 입힌 보잉737 맥스8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렌턴/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 역내 항공사 운항 중단·역외 항공사 진입도 금지
인도·러시아·베트남도 합류…보잉737 맥스8 ⅔ 운항 중단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 보잉에 대해 “문제 확인 안 됐다”
“보잉의 로비력 때문” 분석도…CEO는 트럼프에 S.O.S. 전화
트럼프 “복잡하면 위험해져. 조종에 MIT 과학자 쓸 판”

11일 미국 워싱턴주 보잉 제조 시설에 인도받을 항공사들의 디자인을 입힌 보잉737 맥스8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렌턴/로이터 연합뉴스
5개월도 안 돼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두 건의 대형 사고가 난 보잉737 맥스8에 대해 유럽연합(EU)도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운항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고 후 사흘이 지난 13일까지 운항을 중단시킨 곳은 40여개국에 달한다. 이날도 인도, 러시아, 베트남이 합류했다. 유럽연합 항공안전청은 “안전을 위해 모든 조처를 하겠다”며 운항 중단 대열에 동참했다. 유럽연합은 역외 항공사가 이 기종을 회원국 상공으로 진입시키는 것도 금지했다. 이로써 보잉737 맥스8의 3분의 2가 발이 묶였다. 보잉737 맥스 시리즈는 350대가 항공사들에 인도됐는데, 상당수가 맥스8이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아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운항을 중단시키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미국에서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이 기종을 34대, 아메리칸항공이 24대를 운용한다. 다만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은 “안전 문제가 확인되면 즉각 적절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했다.

12일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 중국항공공업그룹 관계자들이 희생자들에게 바친 음식이 놓여 있고 향이 피어오르고 있다. 비쇼프투(에티오피아)/AP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여론은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면 운항을 중단시키라며 반발하고 있다. 상원 항공·우주소위원회의 테드 크루즈 위원장(공화), 밋 롬니 상원의원(공화), 민주당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등이 이를 강하게 요구했다. 2013년 보잉787 드림라이너에서 배터리 이상으로 불이 나자 운항을 중단시킨 레이 라후드 전 교통장관은 “승객들은 비행기가 안전하다고 확신해야 한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그는 “교통장관은 100% 확신이 설 때까지는 운항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 예외주의’를 고수하는 것은 보잉을 보호하려는 목적 때문으로 보인다. 보잉은 민간 항공기와 군용기 분야에서 유럽의 에어버스와 시장을 양분한다.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전현직 대통령들이 해외에서 ‘세일즈 외교’를 펴온 주요 대상이다.

로비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보잉은 워싱턴의 주요 로비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보잉은 지난해 10여개 로비 업체를 부리며 로비 자금으로 1500만달러(약 170억원)를 풀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보잉은 워싱턴의 800파운드짜리 고릴라”라며,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직무대행이 보잉 경영자 출신이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다급해진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는 12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자사 비행기는 안전하다고 호소했다. 뮬렌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전 새 전용기가 40억달러가 넘는다며 주문을 취소하라고 트위터로 지시하자 그에게 달려가 값을 깎아준 인연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전 트위터에 “비행기들이 조종하기에 너무 복잡해지고 있다. 조종사들이 아니라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 과학자가 필요할 지경”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복잡함은 위험을 유발한다. 난 아인슈타인이 내 비행기를 모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에이피>(AP) 통신은 지난해 미국 조종사 2명이 보잉737 맥스8 기체가 곤두박질쳤다는 보고를 각각 한 사실이 항공우주국(NASA)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드러나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자동조종장치를 켠 직후 비행기 머리가 아래로 향하면서 고도가 300~400m 급강하했고, 자동조종장치를 끄고서야 고도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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