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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5 11:10 수정 : 2019.03.05 14:31

2월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앞에 빅딜 문서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노란 봉투가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제하던 북한 문제에 적극적 행보
대통령 접근권 독점으로 영향력 키워
‘대통령이 들을 필요 있는 것에 대한 결정자’
취임 이후 자신의 의제 대부분 관철해와

2월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앞에 빅딜 문서가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노란 봉투가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의 초강경 매파 존 볼턴이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배석자로 깜짝 등장한 이후 그동안 자제해오던 북한 문제에 대한 개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또 베네수엘라 사태 및 쿠바 문제 등을 자신의 외골수 강경책으로 밀어붙이고 있기도 하다.

볼턴은 3일 <시엔엔>(CNN) 등 방송 3곳에 잇따라 출연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빅딜 구상’ 등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모든 핵시설을 폐기하는 ‘빅딜 문서’를 제시했으나, 북한이 수용하지 않아 회담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적극적 행보는 하노이 회담에 앞서 북-미 협상을 주도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비교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유에스에이 투데이>와의 인터뷰 외에는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4일에는 농업 단체와의 만남을 위해 아이오와주를 방문했다.

양국의 정상을 포함해 3대3 회담이 예정됐던 당시 하노이 회담에 미국 쪽 추가 참석자로 전격 합류한 볼턴은 ‘빅딜 문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노란 봉투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가 빅딜을 주도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볼턴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사실상 부정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수감됐다가 미국 귀국 직후 사망한 웜비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의 처지에 대해 몰랐다며 한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엔엔>과의 회견에서 이에 관한 질문을 받은 볼턴은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며 “나는 국가안보 결정 책임자가 아니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다”라고 말했다.

볼턴은 하노이 회담이 성공이었다는 트럼프의 견해를 의무적으로 반복하기는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 외에는 회담이 성공적이라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취임 1년이 되어가는 볼턴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결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접근권을 독점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4일 ‘외골수 주창자 존 볼턴, 국가안보 위에 자신의 도장을 찍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볼턴이 대외정책에 관한 백악관의 의사 결정 과정을 장악하고 자신의 의제를 관철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볼턴이 “국가안보보좌관직을 정부의 전반적 견해의 종합자이자 전달자”에서, 자신의 관점에서 대통령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얘기를 보고하는 자리로 재정의했다고 평했다. 그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조직과 인원 축소 △정부 내의 전문가보다는 자신과 견해를 같이 하는 인사 기용 △국가안보 및 대외정책 부처 수장 회의의 축소와 비정례화 등을 통해 다른 외교안보 고위 관리들을 제치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긴 보고서나 브리핑, 전문가들로부터의 조언을 싫어해, 볼턴이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볼턴의 초강경 매파 견해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볼턴의 견해를 전적으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볼턴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견해를 강제하기보다는 대통령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중동 등의 문제에서 볼턴과 견해를 달리하면서도 그와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볼턴에게 어떤 전쟁도 시작하지 말라고 농담으로 경고하지만, 그가 볼턴을 교체할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볼턴은 취임 이후 자신이 주창하던 의제인 유엔 등 다자기구나 조약에 대한 미국의 철수나 개입 축소, 대쿠바 강경책 등을 모두 관철시키고 있다. 북한에 대한 초강경책을 주장하던 볼턴의 영향력 확장이 향후 북-미 협상에서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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