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1 16:57
수정 : 2019.03.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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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밤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헬기로 이동해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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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겐 협상 타결이 핵심이나, 나는 아니었다”
노딜 카드로 자신의 스캔들에 대한 여론 분산
장기적으로는 노딜 카드가 트럼프 외교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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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밤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헬기로 이동해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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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노딜’(합의 무산)을 선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밤(현지시각) 워싱턴의 격화되는 정쟁 무대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언론인인 <폭스 뉴스>의 션 해너티와 인터뷰하면서 왜 노딜을 선택했는가를 다시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생산적인 대화를 했고, 그와의 관계가 매주 좋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번에는 합의하지 않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했다며 기자회견 내용을 반복했다. 특히 “협상에서 김정은도 만족하지 못했고, 나도 만족하지 못했다”면서도 “김정은에게 핵심은 합의를 하는 것이었으나, 나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딜은 자신의 선택이라고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도중 알래스카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 들려 장병들을 위문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그의 빈손 귀국 카드는 일단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로 악화된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또 정상 차원의 북-미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민주당 및 워싱턴 외교·안보 엘리트들의 비판도 일단 피하게 됐다.
워싱턴 외교·안보 엘리트를 대표하는 인사들 중 하나인 리처드 하스 외교협회(CFR) 회장은 “노딜이 나쁜 합의보다는 좋고, 대통령이 걸어나온 것은 잘한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뉴욕 타임스>에 “트럼프는 작은 합의(스몰 딜)를 할 수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코언 때문에 대통령은 큰 합의(빅딜)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미 협상을 다시 벼랑 끝에 몰아넣어 얻는 정치적 이익은 벌써 반짝 효과로 끝나고 있다. 이날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존 켈리 당시 비서실장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최고기밀취급권을 부여하도록 명령했다는 내용을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코언의 증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스캔들에 대한 추가 조사와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노딜 카드’ 자체가 장기적으로 그에게 부담으로 변해갈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의 ‘트럼프-김 정상회담의 붕괴는 일대일 외교의 위험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트럼프의 외교 방안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등의 평가는 노딜 카드가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으로 작용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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