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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8 11:43 수정 : 2019.02.28 16: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27일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스캔들을 폭로하는 증언을 하고는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하노이에서의 북미정상회담가 동시에 열린 코언의 청문회는 미국 언론들의 주목을 더 받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취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의 ‘해결사’ 코언, 의회서 트럼프 스캔들 폭로 청문회
민주당쪽, ‘코언 청문회 제치려고 북한에 굴복’
WP, ‘트럼프의 역사적 시도가 코언 구경거리에 압도당해’
‘코언 증언이 해외에서 미 대통령을 우습고 위태롭게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27일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스캔들을 폭로하는 증언을 하고는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하노이에서의 북미정상회담가 동시에 열린 코언의 청문회는 미국 언론들의 주목을 더 받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취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에 미국 국내의 트럼프 스캔들이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시작해 회담 성공을 예고하는 환담을 나누던 27일 저녁, 1만3400km 떨어진 지구 반대편 미국 워싱턴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로 불렸던 마이클 코언이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사기꾼’, ‘인종주의자’ ‘범죄자’라고 부르며 폭로성 의회 청문회 증언을 했다. 미국 언론들은 하노이의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워싱턴 청문회장의 코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노이 현지에서도 그 여파가 몰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찬을 앞둔 일대일 환담 자리에서 기자가 코언의 증언에 대해 묻자 대답 없이 머리만 흔들었다. 곧 그 질문을 한 <에이피>(AP) 통신 기자 등 애초 만찬 취재를 하기로 약속된 펜기자 4명의 만찬장 입장을 백악관이 막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소리치는 질문들에 대한 민감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진기자들이 펜기자가 없으면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맞서자 펜기자 1명만 만찬 취재가 허용됐다. 만찬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다음날의 본회담 준비보다는 코언의 청문회 증언 시청으로 밤을 새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언이 증언한 내용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각종 스캔들에 연관된 여러 사건들을 사전에 인지해 유리하게 조율했고, 이와 관련해 거짓말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선거 때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타격을 준 민주당 전국위 컴퓨터 해킹 이메일 폭로를 위키리크스로부터 사전에 연락받았다고 코언은 증언했다. 또 대선 기간 중에 모스크바의 트럼프타워 프로젝트 협상이 진행중이었는데, 트럼프는 이에 대해 거짓말을 사주했다고 코언은 밝혔다. 이어 “트럼프는 선거에 이길 것이라고 결코 예상하지 못했기에 거짓말을 했고, 모스크바 프로젝트에 수억달러를 투자하려고 했기에 거짓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펴면서 “트럼프는 인종주의자, 사기꾼,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코언은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출신 고교와 대학에 자신의 성적표나 시험 점수를 공개하지 말라는 편지를 쓰라고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코언은 주장을 입증하겠다며 각종 자료도 의회에 제출했다. 제출 자료는 △포르노 배우와의 스캔들을 감추려는 입막음용 돈을 주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쓴 수표 △성적표를 공개하지 말라고 학교에 보낸 편지 등이다.

코언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스캔들부터 시작된 트럼프 진영의 각종 스캔들에 관련돼 로버트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된 핵심 관련자이다. 그는 뮬러 특검에게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는 수사에 협조해왔다. 마무리를 앞둔 뮬러 특검의 수사 내용 공개와 기소에서 코언은 트럼프에게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코언은 “나는 여러 가기 일들을 해결해왔다”면서도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의 해결사가 아니다, 미스터 트럼프”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 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훌륭한 만남”이라고 짧게 올렸다. 반면 코언에 대해서는 “(불행하게도) 나를 대리하는 여러 변호사 중의 하나”라며 “그는 주대법원에 의해 허위 증언과 사기로 변호사 자격이 박탈됐다. 그는 트럼프와 관련 없는 나쁜 일을 했다. 그는 자신의 형기를 줄이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부정직한 변호사를 쓰다니!”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언의 증언은 북-미 정상회담 등 외교 현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와 그 효과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신문 1면을 위한 사진 찍기 행사로 코언 청문회를 제치게 하려고 북한에 굴복한다면 그것은 정말 믿을 수 없으며 심지어 한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머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외교 현안인 북-미 정상회담 및 미-중 무역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엉성한 합의를 대가로 우리의 지렛대를 팔아치울 준비가 된 것 같다”며 “북한과 중국 모두에 대해 항복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미국 주류 언론에서도 코언 청문회로 인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조율 능력 약화를 우려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하노이에서 트럼프의 역사적인 시도가 워싱턴에서 마이클 코언의 구경거리에 압도당한다”는 기사에서 해외에서 미국의 입장 약화를 지적했다. 이 신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를 인용해 “미국의 신뢰성과 국가 안보에 대한 진정한 위험은 코언의 증언이 미국 대통령을 전 세계에서 우습고 위태롭게 만드는 정도까지 갔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로즈는 “국내에서 우리는 이런 일들을 트럼프 대통령직에 대한 황색언론들의 소설에서 또다른 전기 정도로 보지만, 그 축적되는 효과는 해외에서 미국의 지위에 대한 점진적 약화”라고 말했다.

코언의 증언은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트럼프 대통령직에 대한 탄핵 시도의 간보기로 받아들여진다. 코언은 이미 전날에 상원 정보위에서 비공개 증언을 하는 등 최근 사흘 동안 상·하원 위원회에서 몇차례의 증언이 예정돼 있다.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도 예정돼 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선언의 구체적 이행보다는 자신의 대통령직을 위협하는 사태 진전에 더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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