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7 17:43
수정 : 2019.02.2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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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주춧돌이 놓일지 주목된다. 그래픽/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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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가·언론·정치권 기대감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전략 재평가
WP “존중감 주며 핵포기 길 제시”
NYT “강경파도 트럼프 도박 가능성”
전문가 “이상하게 트럼프 직감 맞아”
하원 민주당 ‘종전선언 결의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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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주춧돌이 놓일지 주목된다. 그래픽/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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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고 있는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맞물려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평화’ 교환론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회의적이던 미국 내 전문가들과 주류 언론, 정치권에서 일부 기류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북한의 전략에 대해 여전히 우려와 경계심을 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트럼프 방식’의 실효성에 재평가가 진행되는 분위기다.
<워싱턴 포스트>는 26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전략이 일부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존중감과 안도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경제 발전과 외교 정상화를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의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나는 트럼프가 하는 일의 99%에 대해 지지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북한에 대한 그의 직감은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위트를 비롯해 트럼프의 대북전략 지지자들은 북한이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를 16개월째 중단하고 있는 건 중대한 진전이자 트럼프 정부의 최대 성과라고 평가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위트와 같은 관점은 워싱턴에서 아직 소수의견”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에 대한 지식이 많은 이들은 트럼프의 접근 방식이 현재로선 최선의 게임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도 26일 “북한과 협상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내 요구(수준)를 완화하려 한다”며 “워싱턴의 일부 대북 강경파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까지 북-미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한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별들이 정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협상을 두고 각자의 이해 관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을 빗댄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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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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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협상의 맨 처음부터 그것을 요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 쪽에선 ‘비건이 너무 많이 양보한다’며 반발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러나 “트럼프와 김정은이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기존의 휴전협정을 대체할 공식 평화협정의 서곡으로 일종의 ‘평화 선언’에 서명하리란 전망이 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날카롭게 맞서는 민주당 쪽에서도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에는 동조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원의 민주당 의원 20명은 북-미 정상회담 개시 전날인 26일 한국전쟁 종전선언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와 평화적 비핵화를 위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하라”며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평화의 기회를 허비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결의안은 또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1953년 북한과 미국이 맺은 휴전협정에도 아무런 법적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며 종전선언에 대한 일각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려는 표현도 담았다.
반면 미국의 보수적 시각을 대변하는 <폭스 뉴스>는 26일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재무부, 에너지부에서는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협상을 어디로 끌고 가는지 우려한다”며 ”(비건 대표가)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견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전에는 협상 대상이 아니었던 북한 비핵화가 지금은 협상 목록이 되고 있다”며 많은 관리들은 협상을 위한 협상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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