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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5 14:54 수정 : 2019.02.25 20:51

살인·성폭행 혐의로 39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무죄가 입증돼 풀려난 크레이그 콜리(71·맨오른쪽)가 지난해 2월 자신의 변호사들과 나란히 앉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새크라멘토/AP 연합뉴스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 흔쾌히 배상 합의
“아무리 거액으로도 그가 겪은일 못 갚아”
13,991일 억울한 옥살이…미국서 장기간 2위

31살때 여친·아기 살해 혐의로 종신형 확정
DNA 증거 허위 밝혀지면서 극적 반전 물꼬
수감중 학위 2개에 석사 과정 시작한 모범수

살인·성폭행 혐의로 39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무죄가 입증돼 풀려난 크레이그 콜리(71·맨오른쪽)가 지난해 2월 자신의 변호사들과 나란히 앉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새크라멘토/AP 연합뉴스
모자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39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2017년에 풀려난 미국 남성이 2100만달러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소도시인 시미밸리 당국이 크레이그 콜리(71)라는 백인 남성에게 ‘잃어버린 삶’에 대한 대가로 2100만(약 236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24일 보도했다. 시 당국은 지난 주말 성명에서 “아무리 많은 돈으로도 그가 겪은 일을 배상할 순 없지만, 이 사건을 합의하는 게 콜리와 우리 지역사회에 옳은 일”이라고 밝혔다. 시 당국은 또 “소송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무책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시미 밸리의 결정은 억울한 옥살이 석방자에게 누가 얼마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인지를 놓고 지자체가 사건 당시의 전임 정부와 검찰을 비난하며 기나긴 소송을 벌여온 관행과 뚜렷이 대조된다. 앞서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범죄피해자배상위원회는 그에게 수감일 1만3991일에 하루당 140달러를 곱한 배상금 200만달러를 지급했으나, 콜리는 연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콜리의 기구한 사연은 31살 청춘이던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직 경찰의 아들이자 레스토랑 업주였던 그가 24살 여자 친구와 그녀의 4살바기 아들을 살해한 혐의(1급 살인죄)로 기소돼, 1심 무죄 판결을 뒤집은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감형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주민들이 범행 현장에서 콜리의 트럭을 봤다는 증언과 살해되기 전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몸에서 검출된 체액의 유전자 정보가 결정적 증거였다.

콜리는 끈질기게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콜리의 부모는 아들이 감옥에 있는 동안 세상을 떠났다. 극적인 반전의 물꼬가 트인 건 2015년 주 가석방청문위원회가 복수의 전직 경찰관들로부터 “사건 당시 담당형사가 사건을 잘못 처리했다“는 증언을 들으면서다.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과 검찰은 1980년 법원이 최종심을 끝내면서 폐기를 명령한 생체정보 샘플이 한 사설 실험실에 보관돼 있던 것을 발견했다. 검찰은 “피고의 유죄 판결의 결정적 증거물에 그가 아닌 타인의 유전정보(DNA)가 들어있었으며, 이는 피고의 무죄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콜리가 형사범죄 전과가 없던 점, 복역 중 충실한 종교 생활을 하면서 학위를 2개나 따고 또다른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 등 모범수였던 점도 무죄 심증을 굳혔다. 변호사 출신의 제리 브라운 전 주지사는 2017년 11월 콜리의 사면을 선언하면서 “그가 장기간 부당한 감금 생활중에도 매우 예외적인 품위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콜리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수사 당국은 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있는 사건의 진범을 다시 쫓는 처지가 됐다. 경찰은 1970~80년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최소 13건의 살인과 50여차례의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4월에야 체포돼 ‘골든 스테이트 킬러’라는 별칭이 붙은 조세프 제임스 드앤젤로의 여죄를 추궁했으나 유전자 검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판명됐다. 앞서 지난해 3월엔 디트로이트의 흑인 남성 리처드 필립스(73)가 45년만에 살인 누명을 벗고 풀려나면서 최장기 무죄 수감자로 기록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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