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다양성·관대한 사회보장 등
세계, 유럽모델 포함 대안찾기 나서 반미정서의 급격한 확산으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세계인들의 환상이 깨지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신호(1월31일치)에서 보도했다. 이 잡지는 26일 인터넷판에 공개한 ‘미국이여, 꿈이나 계속 꾸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메리칸 드림이 여전히 건재하며 미국식 체제를 전세계로 확산시켜야 할 사명이 있다는 것은 미국인들만의 허상”이라며 “세계인들은 더는 미국의 사회·경제적 모델을 따르려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최근 영국 <비비시방송>이 전세계 22개 나라에서 벌인 여론조사를 단적인 예로 들었다. 조사대상 미국인 가운데 71%는 미국이 세계에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며, 과반수 이상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국제안보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반면, 미국을 뺀 나머지 나라에선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세계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답변이 58%에 이르렀다. 독일(77%)·영국(64%)·터키(82%) 등 전통적 우방국에선 그 수치가 더욱 높았다. 이는 부시 행정부 집권 1기 때 나타났던 ‘반부시’ 정서가 (집권 2기 들어) 더 일반적인 ‘반미’ 정서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잡지는 지적했다. 미국식 제도에 대한 환상을 깨버린 세계인들은 스스로 고유한 정치·경제·사회적 대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최근 내놓은 <유러피언 드림>이라는 책에서 지적한 △관대한 사회보장제도 △문화적 다양성 △국제법 준수 등을 원칙으로 한 유럽식 모델은 이미 동유럽과 발트해 연안국가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또 아시아에선 중국과 싱가포르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가 부패한 기업문화가 만연한 미국식 제도를 제치고 개발도상국가들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뉴스위크>는 “미국식 정치·경제·외교 모델에 대한 세계인의 믿음이 사라졌다면, 이는 더는 이들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도 25일 “태어난 환경이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해선 안된다는 가치에 기반한 미국에선 미천한 신분에서 출발해 성공의 사다리를 오른 이민자 이야기가 가장 인기가 있다”며 “하지만 세대가 바뀔수록 신분 이동은 어려워지고 있으며, 중산층은 더욱 고립되고 이른바 ‘세습적 엘리트 계급’이 생겨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미국에서 자유가 살아남는 것은 다른 나라로 자유가 확산되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런 주장을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 잡지는 “반미정서는 미국의 외교정책 실패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니라, 그저 그로 인해 강조된 것일 뿐”이라며 “미국인들이 이런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위대한 미국’이란 환상에 사로잡혀 자유만 부르짖고 있는 것이 진정한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정인환 기자 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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