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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8 18:52 수정 : 2005.01.18 18:52



보수로 가는 미국 사회

1. 보수의 새 거점- 기독교복음주의
2. 3개 축-헤리티지재단, 러시 림보, 폭스뉴스
3. 보수주의 운동 발전사
4. 네오콘- 눈 뜨고 꿈꾸는 자들
5. 진보의 부활은 가능한가

“네오콘 이념, 부시 행정부 움직여”
영향력·위상 등 두고 논쟁 잇따라
이라크서 손떼려는 전통보수와 틈

지금 조지 부시 행정부 내에서 네오콘(네오컨서버티브·신보수주의자)이 이기고 있다. 그들은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미국 외교정책 어젠다를 지배하고 있다.”


이라크 침공이 승리로 끝난 직후인 2003년 7월, 미 상원 외교위에서 조지프 바이든 의원(민주)이 한 말이다. 그의 말은 곧 광범위한 공감을 얻었고, 네오콘에 대한 숱한 논쟁과 비판이 뒤따랐다.

그러나 정작 네오콘들은 자신들이 부시 1기 행정부를 지배했다는 걸 부인한다. 네오콘 이론가인 맥스 부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이라크 문제에서 우리의 견해가 받아들여진 건 우리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다. 9·11 테러를 계기로 부시 대통령이나 딕 체니 부통령이 우리 시각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네오콘들이 꼽는 현 정부 고위직의 ‘네오콘 인사’로는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거의 유일하다. 딕 체니 부통령이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공세적 보수주의자’일 뿐, 자신들과 다르다는 게 네오콘 자체 평가다. 그런데도 네오콘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 사무총장 게리 슈밋은 부시 대통령의 선택을 든다. “부시 대통령의 사고는 (다른 어느 고위관리보다) 네오콘에 가깝다”고 그는 말했다. 네오콘은 사람이 아니라 이념에 의해 부시 행정부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사에서 네오콘이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에 대해선 숱한 논란이 있다. 누가 네오콘인가 하는 분류에서 우선 다양한 견해가 있고, 때론 네오콘과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행동양태가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네오콘과 강경한 전통 보수주의자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하나는 국가건설을 보는 시각이다. 딕 체니나 도널드 럼스펠드도 때론 선제공격에 찬성하지만,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국가건설 작업엔 선뜻 발을 담그려 하지 않는다. 베트남 패배는 진보진영뿐 아니라 미국내 보수진영에도 큰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네오콘은 다르다. 게리 슈밋의 표현대로라면, 전세계에서 민주주의 확산을 추구하면서 ‘민주주의 국가건설’ 작업에 머뭇거려선 안된다.

또하나는 ‘미국 제국’에 관한 생각이다. 진보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 이보 달더 선임연구원은 “전통 보수주의자도 때론 군사력 사용에 동의하지만 전세계에 미국의 이념을 투사하는 데엔 주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오콘 이론가인 윌리엄 크리스톨은 “사람들이 우리를 제국주의자라고 부르길 원하면 그것도 괜찮다”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역할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이보 달더는 이걸 가리켜 네오콘을 ‘민주주의 제국주의자들’이라고 불렀다.



부시 2기 행정부에서 네오콘은 쇠퇴할 것인가. 부시 1기 정부에서 네오콘과 강경한 전통 보수주의 그룹은 이라크 침공이란 공동목표를 위해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 이후 힘겨운 국가건설 작업을 놓고선 점차 틈이 벌어지고 있다. 이 틈은 2기 정부에선 더욱 확대되며 본격적인 노선투쟁의 불을 지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1월30일의 이라크 총선이 그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보수그룹의 원로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이미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주장했다. 그러나 네오콘에게 민주주의정부가 설 때까지 이라크에서 철수란 없다. 보수진영 내부의 이 싸움이 2기 부시 정부에서 네오콘의 성쇠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네오콘의 이론가들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 손꼽혀
아버지 어빙 크리스톨은 ‘원조격’

워싱턴에서 가장 순수한 네오콘 단체로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가 꼽힌다. 1997년 대표적 네오콘 이론가인 윌리엄 크리스톨(〈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과 로버트 케이건(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이 주축이 돼 설립한 이 싱크탱크는 자타가 공인하는 네오콘 이념전파의 축이다.

네오콘 외교정책 기조를 담은 수많은 중요한 문건들이 이곳에서 나왔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보내는 편지’에선 이라크 사담 후세인 체제의 제거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 (좌로부터) 윌리엄 크리스톨, 어빙 크리스톨.
가장 영향력있는 네오콘 중 한사람인 리처드 펄 전 국방정책위원장은 ‘창조적 파괴론’을 주창하며 중동민주화론의 기초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인 맥스 부트는 〈위클리스탠더드〉 기고 등을 통해 네오콘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안보정책센터(CSP) 의장인 프랭크 개프니 역시 부시 행정부에 외교정책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오콘의 원조로는 어빙 크리스톨과 진 커크패트릭 전 유엔대사, 네오 콘 기관지로 불린 〈코멘터리〉 편집장을 지낸 노먼 포도레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원이었다가 1970년대 초 조지 맥거번(1972년 민주당 대선후보)의 진보주의에 반대해 우파로 전향한 인물들이다.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이며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 의장인 윌리엄 크리스톨은 어빙 크리스톨의 아들이다.

어빙 크리스톨과 리처드 펄은 모두 미국기업연구소(AEI)에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싱크탱크 중 하나인 미국기업연구소는 헤리티지재단에 비해 훨씬 더 네오콘 이념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시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 침공 직전, 미국기업연구소를 방문해 이라크 침공과 중동민주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한 것은 상징적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인터뷰 - 게리 슈밋 ‘PNAC’ 사무총장

“대북 체제교체 얘기는 봉쇄정책이 최선이란 뜻”

네오콘 싱크탱크인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 게리 슈밋 사무총장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반공산주의 정책, 조지 부시 대통령의 중동정책은 네오콘 사상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미국 외교정책사에서 특히 네오콘의 위상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네오콘에 의해 지배된다고 흔히 말한다.

=그건 매우 과장된 말이다. 그런 과장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누가 네오콘인가에 대해 혼란이 있다. 때때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존 볼턴 국무부 군비통제 차관을 네오콘이라고 부른다. 둘 다 강경파이긴 하지만 네오콘은 아니다. 볼턴은 내 친구지만, 스스로 (다른 나라의) 체제 전환이나 민주주의 증진엔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사실 현정부 고위직에 네오콘은 매우 드물다. 그런데도 네오콘의 영향력이 과장된 데엔 2001년 9·11 테러 이후에 부시 대통령이 네오콘의 이념에 좀더 코드를 맞춘 대외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사실 부시 행정부는 집권 초기엔 이라크엔 관심도 없었다. 9·11이 그들의 인식을 바꿨다.

-네오콘과 전통적 보수주의자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데서, 국가를 어떻게 볼 것이냐가 핵심적인 차이다. 네오콘은 “어떤 나라의 체제가 좋으면 좋은 행동을 하고, 체제가 나쁘면 나쁜 행동을 한다”고 믿는다. 헨리 키신저 같은 이(전통적 보수주의자)는 현실적 이유에서 소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탕트를 추구했다. 그러나 네오콘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량살상무기 없어도 후세인 제거돼야 마땅”

-네오콘의 뿌리는 과거 진보주의로 알려져 있다. 왜 전향을 했나.

=많은 초기 네오콘들이 민주당원이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국제적으로 ‘반공산주의 진보주의자’들이었다. 민주당과 진보주의자들은 196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반공산주의에서 탈피해 갔다. 이것이 네오콘이 분리된 한 이유이다. 또하나는 국내 문제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큰 정부’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 견해에 동조하는 진보주의자들이 생겨났다. 이것이 네오콘의 또다른 뿌리다.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지금도 이라크 침공이 옳았다고 생각하나.

=대량살상무기가 없는데도 후세인은 제거되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후세인은 점점 더 테러리스트들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또 후세인이 죽더라도 그의 아들들은 더 광포했을 것이다. 이건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없든 우리가 직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네오콘은 북한에 대해서도 체제교체를 추구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네오콘 시각을 얼마나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보나.

=부시 행정부가 우리의 의견을 정책화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대화가 더 생산적이라고 보는 것 같다. 다만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 가능하리라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가 북한 체제교체를 말할 때, 그건 군사공격을 뜻하는 게 아니다. 과거에 소련을 봉쇄했듯이, 대북 봉쇄정책을 펴는 게 최선이라고 본다.

-네오콘은 중동 민주화를 주창한다. 그러나 그걸 달성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쉽진 않다. 그러나 만약 2001년에 당신이 ‘아프가니스탄이 민주화될 수 있을까’를 물었다면, 사람들은 ‘천만에’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부시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유효했고 우리는 그곳에 민주주의를 심고 있다. 이라크도 마찬가지다. 숱한 어려움에도 이라크가 민주주의 길로 나가고 있다는 많은 징표들이 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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