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1 18:00
수정 : 2006.05.22 14:45
'우리의 바다'를 낚고 싶다
김병례/백신고 3학년
2005년 2월 27일. 정동진에서 해를 기다리다 우연히 포착한 모습입니다. 영화 촬영을 위해 멋있게 연출된 상황도 아니고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다듬어진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올릴까 말까 망설였을 만큼 굉장히 만족하고 아끼는 사진이에요. 바다와 하늘이 이어지는 부분이 붉게 타들어가는 모습만 보더라도 정말 멋있지 않나요? 제가 찍은 사진에 제가 흐뭇해 한다는 것이 조금 쑥스럽지만요.
바다를 후루룩 마셔버리면 어떤 맛이 날까요? 짜기만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혀가 느낄 수 있는, 어쩌면 그 이상의 모든 맛을 종합해 놓았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모든 맛을 느끼기에 아직은 저의 미각이 다 발달하지 않은 듯 합니다.
바다에 낚싯대를 던지는 아저씨의 모습이 제 모습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저도 조금 있으면 저의 모든 것을 세상 속에 던져야만 하니까요. 가는 낚싯대에 나를 미끼로 묶어서….
아저씨께서 8mm의 왜망둥어를 낚아 가셨는지, 15m의 고래상어를 낚아 가셨는지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잡으러 그냥 떠나 버리셨을 지도 모르지요. 저는 어떤 것들을 낚을 수 있을까요?
고린내 나는 헌 신짝이어도 좋습니다. 거기엔 제 땀 냄새가 배어 있을 테니까요. 소금 맷돌도 좋습니다. 많은 곳에서 절 필요로 할 테니까요. 태양을 낚아도 좋습니다. 이기적이지만 저는 빛나는 명예와 권력도 누려보고 싶거든요. 하지만 저는, 당장 무엇을 낚든 결국에는 바다를 낚을 겁니다. 그의 바다, 그녀의 바다, 그들의 바다, 너의 바다 그리고 나의 바다.
사람마다 각자의 바다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바다’를 낚는 건 바로 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제게 올까요? (이낭희 선생님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우리의 세상을 아낌없이, 아름답게 품어보고 싶은, 아직은 현실보다 꿈의 키가 더 큰 18살의 마음입니다. 첫 번째 사진에 바다가 밀어올리고 있는 태양이 바로 2005년 2월 27일의 태양이랍니다.^^ 다른 사람들은 27일의 태양과 어떤 데이트를 하셨는지 궁금하네요.
평> 18세! 특유의 아름다운 사색과 성찰
학생들과 나누었던 ‘포토에세이’ 활동 사례입니다. 영상세대인 학생들에게 창작 1단계 연습으로 가진 ‘발상 연습’을 '사진(이미지)+언어'체험을 통해 유도해 본 것이었지요.
하나, 크고 거룩하고 위대한 발견이기보다는, 늘 걸어다니고 있는 길,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아주 작은 것 사소한 것들과 눈맞춤한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
둘, 사진과 함께 나만의 사색과 성찰이 깊게 배인 글을 담아보기
가장 진지하게 완성된 학생 글을 나눕니다. 18세! 특유의 아름다운 사색과 성찰이 매우 돋보였지요. 힘찬 제자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여서, 함께 동행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찼던 그 날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다시 찾아온 스승의 날! 그들을 추억합니다. 이낭희원당중 국어교사, 청소년문학감상창작사이트운영자 www.nangh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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