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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1 17:48 수정 : 2006.05.22 14:58

삼성당 어린이도서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책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자신이 만든 책에 쓸 그림을 그리고 있다.

테마별로 떠나는 체험학습

도서박물관서 책 만들기 실습

위인전, 세계문학전집 등이 고작이었던 예전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은 그야말로 책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책이 많은만큼 독서도 많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문제로 고민한다면 책만들기 체험행사에 참여해보면 어떨까? 직접 쓰고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과정에서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을 찾았다.

가기 전에= 아이(초등 1학년)와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은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오늘 무슨 책을 만들어볼까라고 물으니, 비밀일기책을 만들잔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자기만의 얘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책 만들기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종이를 이용하여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책을 만드는 과정이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생각하기를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창의적인 교육이 되며, 언어발달을 도울 수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 단지 그럴듯하게 보기좋은 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아이만의 생각이나 생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볼 것을 권유하는 게 좋다.

책을 직접 만들다= 7호선 강남구청역에서 내려 학동사거리 방면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삼성당 어린이 도서박물관’이 나온다. 이곳에는 지난 40년간 출판된 각종 어린이책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책 구경이 끝나면 별도로 마련된 탁자에서 강사가 책만들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평상시 집에서 책을 보면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죠? 오늘은 여러분이 직접 책을 만들어볼 거예요. 다른 걸 보고 따라하든지 자신의 생각만으로 만들든지 만드는 방식은 자유예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이날 샘플로 제시된 책은 <인디고 자칼> <황금 물고기> <개구리 공주> <축구 황제 펠레> 등 4권. 아이들은 돌아가며 책을 읽는다. 그리고 미리 테이블 위에 마련된 4권의 책 표지와 그림들 가운데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책만들기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 기존 책 내용을 그대로 베껴쓸 수도 있지만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어 보게 하는 게 좋다. 이야기 구성이 끝나면 종이에 적당하게 적는다. 그리고 글 옆에 그림을 그려넣는다. 그림 역시 기존 책을 따라 그려도 되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그려보게 한다. 강사는 옆에 있던 잡지들도 갖다 주며 마음껏 오려 붙이라고 한다. 아이는 <개구리 공주>를 견본 삼아 4쪽짜리 짧은 이야기책을 만들었다. 물론 수첩 형태의 비밀일기책도 하나 만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자신이 만든 <개구리 공주> 이야기를 신나게 떠들어댔다. “공주가 사과를 먹고 마법에 걸렸어. 그래서 개구리로 변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거야. 그런데 어느날 옆을 지나가던 농부가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집에 데려왔는데 다음날 공주로 다시 변했어.” “정말, 우와 진짜 재밌는 얘기다.” 아이 입이 찢어져 귀에 걸렸다. “왜 이런 생각을 했어?” “이 그림은 정말 독특한데 혼자 상상한 거야?” 등의 질문을 하면 책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책 만들기의 효과= 우선 불과 서너 장에 불과한 책을 만들다 할지라도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책을 만든 것에 대해 흥겨워하고 즐거워한다.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리고, 제본을 해보는 과정을 통해 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다.

<책 만들기를 통한 창의적 언어교육>의 저자 최유경 유아놀이교육연구소장은 “생각하기, 글쓰기, 그림 그리기, 만들기, 구성하기, 제본하기, 발표하기 등 과정을 모두 경험하기 때문에 상상력과 기획력, 창의력을 키우는 데 그만”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또한 “내 손으로 나만의 책을 만들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주인의식은 완성된 책에 대한 애정으로 드러난다”며 “책만들기를 통해 얻어진 이런 만족감과 자신감은 더 적극적으로 책을 즐기고 가까이 하도록 하며 문자언어와 시각 언어에 대한 예술적 감성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의식을 갖도록 한다”고 했다.

책 만들기 프로그램 운영하는 곳=

삼성당 어린이도서박물관(02-3442-4653)은 매주 둘째, 넷째 토요일에 책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화로 예약하면 개인이나 단체 누구나 무료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2동 작은도서관(02-545-3326), 논현 도서관(02-3443-7650), 대치 도서관(02-515-1178) 등 3곳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가족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0가족 정도를 선별해 가족의 이야기거리와 가족 사진 등을 활용해 ‘가족책’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오는 27일에는 삼성2동 작은도서관에서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우리 가족 책 만들기’ 행사를 연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북아트 센터(bookworks.co.kr)에서는 전문 강사로부터 책 만들기를 배울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종이 만드는 기구와 인쇄용 동판, 롤러, 잉크, 금박기, 압착기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아이들은 물론 손 무딘 초보자라도 걱정할 일은 없다. 1인당 1만~2만원. (02)516-2011.

‘책 만드는 도서관(bookscout.co.kr)’은 북아트에 교육 활동을 접목한 에듀테인먼트를 지향한다. 심화된 책 체험 활동을 지도한다. 3개월 과정 12만원. (031)754-1964. ‘책 만들며 크는 학교(makingbook.net)’에서는 팝업북 위주의 책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개월 과정 25만원. 겨울특강 8만원. (02)765-2547. ‘북 프레스(bookarts.pe.kr)’와 ‘세상에 하나뿐인 책 만들기 클럽(handmadebook.cyworld.com)’ 등에서도 책 만들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밖에 문화센터나 각 지역별 도서관에서도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책 만들기 강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글·사진 윤현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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