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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7 19:38 수정 : 2006.05.09 13:36

총길이 33km의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지난달 21일 14년5개월 만에 모두 끝났다. <한겨레> 자료사진

1318리포트

얼마전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끝났다며 태극기 들고 만세 부르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나왔다. 현수막도 나부꼈다. 머리가 아찔했다. 도대체 뭐가 그리 좋을까? 우리나라 땅덩어리가 넓어졌다고 기뻐서 그런가? 아니면 거저 얻은 땅에 공장 짓고 골프장 지을 일이 반가워서 그럴까?

새만금은 생태계의 보고다. 세계적인 갯벌로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한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새만금은 우리에게 특별히 더 소중한 곳이다. 한반도에 조상이 살면서부터 아니 그 훨씬 이전부터 강물과 바닷물이 수억번 넘게 만나며 형성된 자연의 보고다.

어민들에게 새만금은 생계의 터전이었다. 조개와 고기를 잡아 팔아 먹고 살았다. 삶의 근거지였다. 갯벌의 흙과 바람을 느끼며 매일매일을 열고 사계절을 이어갔다. 단순히 어민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한반도에 사는 생물과 사람들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아마도 새만금이 없었다면 한반도의 생태지형은 지금과 같진 않으리라.

그런데 그걸 없앴다.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흙과 자갈을 쏟아부어 결국 대자연의 숨통을 끊어놨다. 그리곤 바다가 보이는 도로에 간척박물관을 만들겠다고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살아있는 박물관 갯벌을 죽이고 인공박물관 하나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고 한다. 골프장, 스키장 등을 갖춘 레저 단지와 공업단지도 만들겠단다.

바다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내륙 국가들은 손바닥만한 바다가 아쉽다. 그런데 머드팩 등 온갖 용도로 이용할 수 있고 뻘진 흙에 갖가지 신기한 생물들이 사는 어마어마한 갯벌을 없애고 엉뚱한 데서 답을 찾으려 한다. 진짜 값어치 있는 자원은 활용해보지도 못하고 당장 눈앞에서 늘어나는 땅덩어리의 크기와 거기에 지을 인공 시설물에 군침을 흘리며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일까?

일부에서는 농토로도 이용하겠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인가 뭔가가 끝나면 농민들은 죄다 죽어나갈 판에 누가 그 메운 땅에 가서 농사를 지을까? 게다가 전북에는 김제평야를 비롯해 엄청난 농토가 있지 않은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환경보호니, 자연자원의 가치니, 친환경적 개발이니 하는 말들을 수도 없이 들었다. 갯벌의 소중함도 시로 노래로 배웠다. 직접 가서 조개 줍고 진흙놀이 많이 했다. 도대체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여태껏 배워온 내용이 암울한 현실이 되버리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갯벌의 나라다. 세계적인 갯벌을 막고 방조제 위에서 태극히 흔들면서 환호하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지금 기성세대들과 정책 집행자, 여론몰이 하는 어른들은 후손들에게 뭐라고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진정으로 환경과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위하는 새만금을 만들어야 한다.

박신영/1318리포터, 수원 곡선중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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