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07 18:44
수정 : 2006.05.0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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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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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떼기만한 귀룽나무 꽃잎이 바람에 포르르 날리는 때야. 담벼락 아래 구석진 곳엔 하얀 귀룽나무 꽃잎이 쌓이고 쌓이고. 그 옆에선 냉이, 꽃다지가 조롱조롱 열매를 달고서 쑥쑥 자란 키로 서로 크다고 키 재기를 해. 날씨가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이맘 때, 흙 놀이 하기에 딱 좋아. 나무랑 단이는 맨날 맨날 흙 놀이를 하고 싶어 안달이야. 집 앞 놀이터 모래밭에서 놀아도 놀아도 성이 안 차. 다른 아이들은 미끄럼틀도 타고 시소도 타고 그러는데 나무랑 단이는 모래밭 귀퉁이에서 항상 모래를 파고 놀아. 나무야, 단아 오늘은 흙이랑 실컷 놀아라. 그냥 맨손으로 흙에서 노는 것도 재미나지만 이거저거 챙겨 놀면 더 재미나. 모래성을 쌓으려면 모래 벽돌을 찍어야 하니까, 소꿉놀이 그릇도 챙기고 네모난 조그만 반찬통도 챙기고 빈 필름통 같은 것도 챙기면 더 멋진 성을 만들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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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흙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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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단아 흙 놀이 하러 가자. 어라, 나무랑 단이는 벌써 집 앞 놀이터 모래밭에다 자리를 잡았어. 단이는 모래밭에서 주운 조그만 자동차로 쓱쓱 신나게 길도 내고 말이야. 지난 밤 비가 와서인지 모래가 약간 축축이 젖었어. 젖은 모래는 잘 뭉쳐져 모래놀이 하기에 아주 좋아. 단이가 젖은 모래를 보더니 그래. “비한테 고맙다 해야겠네.” 우리는 모래밭에 앉아 멋진 성도 만들고 뚱뚱한 길도 만들고 높은 산도 쌓고 산에다 빙그르르 돌아내려오는 길도 냈어.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더 단단히 두드려.” “손을 살살 빼 두꺼비집 굴이 무너져.” “잠깐만 성 하나만 더 쌓고.” “더 높이 쌓아.” 모래놀이 하는 동안 흥에 겨워 중얼중얼. 이 모양, 저 모양 여러 모양 성들이 늘어나고 늘어나고. 모래를 싹싹 긁고 또 긁으니까 모래 속에서 보물이 나와. 백 원짜리 동전, 조그만 총알, 빨간 고리, 나뭇가지, 동그란 딱지, 모두 모두 성 꼭대기에다 멋지게 올려놓았더니 우리가 만든 모래성들이 더욱 멋져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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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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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우리가 만든 멋진 모래성을 그냥 두고 찰흙을 구하러 뒷산에 올랐어. 산에는 진달래가 지고 옅은 분홍빛 철쭉꽃이 우리를 반겼어. 화사하게 활짝 핀 철쭉꽃 아래 판판한 흙바닥에서 글자 찾기 놀이를 했어. 나뭇가지로 땅바닥에 숨기고 싶은 글자를 깊게 파고는 그 위에 흙을 살살살 덮어 글자를 꼭꼭 숨겨. ‘보지 마!’ ‘무슨 글자가 숨어 있을까?’ 손바닥으로 흙을 살살 털어내며 찾으면 숨어 있던 글자가 나타나. ‘이게 무슨 글자일까?’ ‘우헤, 똥 자다, 똥!’ 단이가 글자를 숨긴다고 땅을 파기 시작해. 아직 손힘이 약해서 글자를 깊게 파지는 못하고는, 글자를 감춘다고 글자 숨기기에만 부산스러워. ‘나, 흙 좀 구해 줘. 글자는 보지 마. 어서 흙 좀 모아와.’ 글자 파는 것보다 덮을 흙 구하는 게 시간이 더 걸려. 게다 흙을 헤쳐 글자를 찾으니 글자는 자취도 없어. 나무야, 단아 이젠 찰흙 구하러 가자. ‘더 하고 싶다.’ 단이는 또 글자를 판다고 흙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지.
산길 옆 비탈은 온통 바위가 풍화작용에 으스러지고 있어. 버석버석거리는 굵은 모래흙이야.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부서져 굵은 모래가 되고 흙이 되고. 산길을 지나다 보면 때때로 바위 한 개가 뜬금없이 떡 하니 놓여 있어. 누군가 가져다 놓은 것처럼 말이야. 바위가 비, 바람, 열 때문에 갈라지고 쪼개지고 그렇게 남은 흔적이지. 찰흙이 어디에 있을까? 찰흙은 모래가 많이 섞이지 않고 물기가 있고 붉은 빛이 도는 흙이야. 그러니 그늘진 산비탈에 많지. 찰흙이 있을 만한 곳을 뒤졌더니 진짜로 찰흙이 있어. 삽으로 비닐봉지에다 찰흙을 파서 담았지. 나무랑 단이는 흙 욕심이 많아. 서로 많이 파려고 실랑이를 벌여. 그러다 흙 한 덩어리가 저쪽으로 또르르 굴러 떨어지니까 나무가 그래. ‘흙이 아깝다!’ 찰흙을 제법 많이 구했어.
사람이 다니지 않는 한 적한 곳에 앉아 찰흙에다 물을 섞어 반죽을 했어. 조물딱조물딱 주물딱주물딱 질척질척 흙 만지는 느낌이 좋아, 좋아. 무엇을 만들어 볼까? 꿈틀꿈틀 애벌레. 눈도 달고 입도 달아야지. 공룡이 알을 낳고 있어. 알이 한 개, 두 개,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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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흙으로 만든 여러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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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계속 알을 낳아. 먹이를 먹는 공룡 얼굴이야. 뿔도 나 있어. 자동차가 부릉부릉. 오토바이가 부르릉부르릉. 의자에 앉은 사람은 누굴까? ‘찰흙 더 없어?’ 찰흙을 다 써서 찰흙 놀이를 멈췄어. 사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말이야. 남은 물을 아껴 손을 닦고는 짐을 챙기는데 나무랑 단이가 그래. ‘우리가 만든 것 가져가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까 만든 모래성이 그대로 있는지 보러 갔어. 물론 모래성은 허물어지고 없었지. 하지만 그 옆에는 누군가 멋지게 다시 만든 새로운 모래성이 만들어져 있었어.
na-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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