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07 18:39
수정 : 2006.05.0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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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 아트홀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알타 보이즈’ 공연을 보러 온 학생들이 공연이 시작되기 전 매튜역을 맡은 지오디 김태우씨의 대형 브로마이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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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감상하기
사춘기가 시작되는지 요새 부쩍 머리 모양이며 피부 등에 신경을 쓰는 딸아이가 학기 초에 문화센터 수업으로 선택한 것은 ‘방송 댄스’다. 작년까지만 해도 발레를 배우고 싶다던 아이가 올해는 MP3를 귀에 꽂고 댄스 가수들의 음악을 줄줄 외우는 등 관심사가 180도로 바뀌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여러 가지 문화행사들이 풍성한 5월에는 유명 지휘자의 해설이 있는 클래식공연, 교과서 음악회, 어린이 동요대회 방청, 국악한마당 공연 등 평소에는 가보기 힘든 재미있는 공연들이 많았지만, 아이가 선택한 공연은 바로 유명그룹의 가수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뮤지컬이었다. 그래서 뮤지컬과 오페라, 그리고 판소리와 창극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공부해 볼 수 있는 나들이 계획을 세워 보았다.
팝 밴드 '알타 보이즈' 공연
아이가 고른 작품은 충무 아트홀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알타 보이즈(altarboyzkorea.com). 알타보이즈란 이름은 카톨릭 미사집전에서 유래한 것으로 기독교로 세상을 구원하려는 다섯 젊은이들이 뭉친 팝 밴드를 말한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지금도 호평을 받으며 상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룹 지오디의 멤버인 김태우씨가 리더인 매튜역으로 출연해 잘 알려져 있다.
알타보이즈가 공연되는 충무아트홀(cmah.or.kr)은 중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대극장, 소극장, 체육시설, 컨벤션 센터, 놀이방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충무 아트홀이라는 이름은 충무공 이 순신 장군이 중구 인현동(충무로 근처)에서 태어난 것을 기념하여 지었다고 한다.
1시간 반 동안의 색다른 경험
자리를 찾아 아이와 앉은 다음 공연을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엄마, 아빠와 함께 온 청소년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인기 개그맨의 목소리로 오프닝을 시작하고 주인공들이 등장하자 객석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이날은 전 세계 순회공연 가운데 마지막 공연지인 서울에서 고별공연을 갖는 날이기에 의미가 더 각별했다.
‘오늘밤 여기에 모인 관객 중 죄를 지은 분들을 모두 구원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고 말하며 시작한 공연은 가톨릭 사상을 전파하려는 의도가 강해 보였지만, 공연 멤버 5명의 고뇌와 고민을 통해 청소년들이 부딪힐만한 고민들을 한번씩 생각해보게 했다 . 터프하고 섹시한 매력을 가진 매튜,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고민하며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 마크, 약물중독의 경험이 있고 귀고리와 문신을 하는 등 어딘지 불량스러워 보이는 루크, 멕시코 출신으로 태어나자마자 성당 문앞에 버려졌던 과거를 안고 자신의 부모를 찾아 나선 후안, 유태인이지만 가톨릭 밴드인 알타보이즈에 참여하며 유며 감각과 따뜻한 감성을 보여주는 에이브라함 등 다섯 청년들의 밴드 결성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가 박력 있다. 때로는 섹시하고 때로는 현란한 춤과 노래로 표출돼, 어느 한 순간도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공연 중간 중간 딸아이의 얼굴을 보니 ‘이렇게 재미있는 것도 있었네’라는 표정으로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충무아트센터 앞 길 건너는 유명한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다. 공연이 끝나고 아이와 함께 여전히 디제이가 있고 요란한 음악이 울리는 떡볶이 골목에서 눈물이 쏙 빠지게 매운 떡볶이를 먹으며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뮤지컬이 이렇게 재미있는 건줄 몰랐다고 했다. 또 뮤지컬은 누구 하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이 고르게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연기와 춤, 노래를 잘 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늘 본 뮤지컬과 얼마 전 본 오페라 춘희를 서로 비교해 보자고 하자 아이는 오페라랑 뮤지컬 모두 음악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공통점이지만 오페라는 성우가, 뮤지컬은 배우가 하고 오페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으로 이야기하지만 뮤지컬은 말도 하고 노래도 하는 것이 다르다고 했다. 또 오페라는 주로 클래식 음악을, 뮤지컬은 팝이나 재즈를 사용하는 것도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커다랗게 울려대는 신나는 음악과 노래, 그리고 박력 있는 춤과 재미있는 내용을 보다보니 시간이 어느새 흘러갔는지도 모르겠고 너무너무 신나서 가슴까지 시원해졌다는 아이의 말을 듣자 오페라랑 뮤지컬 중 어떤 것이 더 재미있냐고 물어 보려던 욕심쟁이 엄마는 대신 시험이 끝날 때마다 함께 뮤지컬을 보러오자는 약속을 하는 것으로 질문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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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볼만한 뮤지컬, 공연
1.점프 - 5월31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02-736-7600)
2.팬양의 버블쇼 - 5월 13~14일 코엑스 오디토리움(02-3446-1210)
3.제이미 애트킨스의 타이포 - 5월 27~28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1544-5955)
4.뮤지컬 드라큘라 - 한전아트센터(02-3486-0145)
5.댄스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 - 대학로 SH 클럽(02-2128-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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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홍준희/나들이 칼럼니스트
madlin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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