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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7 18:11 수정 : 2006.05.09 13:28

우리집 풍경?
"엄마, 잔소리 좀 그만" , "다 너 잘되라고 하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듣는 이의 기분이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을 가려 하라는 뜻이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말을 막 하는 경향이 강하다. 옆집 아이가 놀러와서 잔을 깨면, 속으로는 화가 날 지언정 겉으로는 “어디 다친 데는 없니?” 하며 너그럽게 대하면서도, 자기 자식이 잔을 깨면 버럭 소리부터 지르곤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모와 자식 사이에 말길이 막히기 십상이다. 대화의 단절은 인간관계의 단절로까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말문을 열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엄마랑은 도무지 말이 안 통해!”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웬만큼 ‘머리 굵은’ 자녀를 둔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 사이에 흔히 오가는 말이다. ‘말싸움’으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말이 씨앗이 돼 폭력이나 가출 등 심각한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얘기 도중에 자기 방 문을 쾅 닫고 돌아서는 아이를 바라보며 부모들은 속을 태우기 일쑤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서운한 감정이 복받치는데, 아이는 부모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뭐가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잘못된 대화법에서 원인을 찾는다. 자녀와 말이 통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이 바뀌어야 말이 바뀐다

말에는 그 사람의 생각과 태도가 담겨 있다. 상대방을 낮추보면 말도 함부로 하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부모와 자녀의 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내 자식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부모의 그릇된 양육태도라고 지적한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or.kr) 김성자 부모교육 전문 강사는 “아이를 내 소유물 또는 분신이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볼 때 비로소 대화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신만 옳고, 아이는 당연히 자기 말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강의실에서 엄마들이 부모교육 프로그램의 하나인 ‘부모·자녀의 대화법’ 강의를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야

대화를 잘 하려면 일단 잘 들어야 한다. 서울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수연 교육연구팀장은 “‘잘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정성을 다해 말 속에 담긴 의미를 듣고 이해함으로써 부모의 관심을 보여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원 가기 싫어”라고 얘기했을 때, “학원에 안 가면 어떡해?”라고 반응하기보다는 아이가 몸이 안 좋은지, 학원에 무슨 일이 있는지 등 그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살피라는 것이다. 김성자 강사도 “‘응, 그렇구나’,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 야단맞아 기분 나빴겠구나’ 하는 식으로 아이의 감정이나 생각을 잘 이해하면서 들어주면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고 조언했다.

‘나’를 주어로 이야기 하라

“너는 왜 방을 그 모양으로 해놓고 다니니? 좀 치워라.”, “네 방이 지저분해서 엄마가 청소하는 시간이 늘어 속상해.” 아이가 방을 어지럽혔을 때 부모가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방법 두 가지다. 전자는 ‘너’(자녀)를 주어로 한 것이고, 후자는 ‘나’(부모)를 주어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나’를 주어로 해서,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소수연 팀장은 “‘너’를 주어로 얘기 하면 상대방은 비난 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상하고, 비난에 대해 방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착한 아이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 중에는 “여태껏 큰 소리 한 번 낼 일이 없을 정도로 말 잘 듣던 우리 아이가 갑자기 반항적인 아이로 바뀌었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어느날 ‘갑자기’ 생겼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의사소통 교육 전문기관인 SMG 이정숙 대표는 “이런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부모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이미 사춘기 이전부터 부모와의 대화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모의 ‘일방형 대화’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쌓였던 감정이 사춘기 때 폭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의 저자인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계속 억눌러온 아이들은 마음속에 부모에 대한 원망이 쌓여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고 지적했다.


대화 문제있는 부모 5가지 유형

부모들이 자녀와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뭘까?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에서 대화에 문제가 있는 부모들의 유형을 5가지로 제시한다.

아이 감정에 둔감한 부모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고서는 아이가 놀라서 떨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자기의 불쾌한 기분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가 여기에 속한다. 퍼즐을 갖고 놀려는 아이에게 “쏟으면 혼날 줄 알아”라고 겁을 주기도 한다. 이런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감정을 읽는 훈련이다. 끊임없이 아이의 기분을 살피기를 반복하면서 자신이 먼저 풍부한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변해야 한다.

잔소리를 참기 어려워하는 부모

아이 스스로 하는 것을 기다려 주지 않고 ‘양치질해라’, ‘밥 흘리지 말고 먹어라’ 등 아이의 행동을 일일이 체크하는 부모다. 이런 부모라면, 그동안 걱정이 돼서 아이에게 시키지 못했던 심부름을 시키거나 간단한 집안일을 맡겨 보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유능하다.

말로 표현을 잘 못하는 부모

아이가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했을 때, 말로 차근차근 타이르는 대신 손부터 올라가거나 소리부터 지르는 부모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말을 어기는 것을 못견뎌하는 부모

자신의 말에 아이가 이의를 제기하면 발끈하는 부모들이다. 이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자체를 ‘무례하다’거나 ‘버릇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순종을 강요한다.

자식에게 하소연을 일삼는 부모

“안 그래도 힘든데 너까지 왜 이러니?”와 같은 말을 자주 하는 부모가 여기에 속한다. 자신이 얼마나 희생했는지를 자식에게 늘어놓는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일찌감치 애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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