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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7 18:08 수정 : 2006.05.09 13:26

아낌없이 주는 나무

학교만큼 세대 차이가 많이 나는 곳도 드물 것이다. 같은 교사끼리야 아무리 나이 차이가 나도 성인이니까, 이야기를 나누면 상대의 말도 이해가 될 수 있고, 이해가 안 되면 그저 나와 다르려니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그러나 학생과 교사 사이의 세대 차이는 정말 난감할 때가 있다.

청소년기는 다른 시기보다도 변화가 더욱 빠르고 또래 집단의 성격도 더 강한 때가 아닌가. 그러니 기성 세대와 신세대간의 차이가 다른 어느 집단보다도 학교에서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쉰 줄이 가까워지면서, 때로는 아이들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들은 저희들의 언어와 문화로 내 말에 대답을 하는데, 나는 도무지 처음 듣는 이야기이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몇 해 전, 한창 유행하던 인터넷 소설에 대한 글을 쓸 일이 있어 책을 읽다가 난감해 진 적이 있었다. 수없이 등장하는 보도 듣도 못한 이상한 용어 때문이었다. 무슨 암호 같기도 한 그 부호가 알고 보니 이모티콘이라는 인터넷 언어였다. 아이들에게 이모티콘 이야기를 하니, 서로 질세라 온갖 컴퓨터 언어를 쏟아낸다. 그런 아이들의 세계도 모르면서 선생을 하고 있었다니,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 세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하는 걱정도 생겼다.

요즘 수업 시간 역시 아이들의 엉뚱한 대답에 난감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일이 몇 차례 있었다. 언어 교육에서는 하나의 단어에 다른 단어를 연관시키는 훈련이 무척 중요하다. 언어의 연관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언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한자어가 나오면, 그 한자어로 쓰이는 다른 예를 많이 묻곤 한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성어를 가르치면서, ‘사슴 록(鹿)’자가 들어가는 한자어의 예를 들어보라고 했더니, 대뜸 한 아이가 ‘록키산맥’이라고 대답한다. 농담인가 하고 보니, 진지한 표정이다. ‘즐거울 락(樂)’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대보라는 말에는 ‘락커’라고 대답하는 아이도 있다. 락커는 락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 락커의 락자는 음악을 즐긴다는 뜻의 즐거울 락자가 아니냐고 풀이까지 한다.

곰곰 생각해 보면, 요즘 아이들은 그 언어가 어느 국적을 지니고 있는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한자어와 영어, 우리말과 영어를 구분 없이 인식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이야말로 세계화된 세대가 아닐까?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에게 영어 과외를 시키는 우리 기성세대의 사회 풍조가 이런 문화적 세대 차이와 무국적 언어의 유행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지울 길이 없다.

최성수/서울 경동고 교사 borisog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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