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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30 18:41 수정 : 2006.05.01 17:57

자녀의 성 이렇게 말해보세요

“선생님! 딱 한번 성관계를 했는데도 임신이 될 수 있나요? ” 성관계 후에 임신이 의심되어 상담실을 찾아오는 10대들 중에는 ‘설마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임신 5개월을 넘겨서 몸에 태동이 느껴질 때쯤 임신 사실을 의심하게 되고 그제서야 도움을 요청한다. “아니, 남자와 성관계를 하면 임신된다는 사실을 몰랐어? 생리가 중단됐는데, 임신이 의심되지 않았어?” 답답한 마음에 다그쳐 물어봐도 대답은 한결같이 “알기는 했지만, 나에겐 그런 일이 안 일어날 줄 알았어요… ㅠ.ㅠ.”

흔히들 청소년기의 특성으로 ‘자기중심적’이라는 표현을 한다. 청소년들은 ‘아무도 내가 느끼는 식으로 느끼지 않고, 아무도 내가 경험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경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종종 부모들이 ‘나는 네가 어떻게 느끼는 지를 알고 있어’라고 말하거나 ‘내가 네 나이 때는 말이다…’라고 말하면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로 들릴 뿐이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유일하고 매우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그들에게도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성관계를 가지면 성병에 걸릴 수 있지. 하지만 내게는 그럴 리가 없어. 설마…’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청소년기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하려면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자기 판단을 세워갈 수 있는 ‘자기주도형 체험 학습’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어느 순간 명확하게 규정된 ‘성교’ 행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남성의 성기가 딱딱하게 발기되어 여성의 질내에 삽입되면 임신이 된다는 사실을, 정액이라는 분비물이 남성의 성기에서 나오고 그 액체는 임신을 할 수 있는 정자를 함유하고 있다는 것, 질외 사정으로도 임신이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 생리중에도 임신이 가능한 여성도 있다는 것 등. 이 정도야 학교에서 가르쳐주겠지,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인터넷에서 다 배우겠지 해선 안된다.

이명화/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어떤 부모들은 성교육을 성관계를 갖지 않도록 하는 목적에서만 진행한다. 그것도 아주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훈육 방식의 방식으로. ‘나쁜짓 하면 안된다’ ‘부모님 뒤통수 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자는 몸조심 해야 한다. 결국은 여자만 손해다’ 식이다.

과연 이 말을 들은 청소년들이 제대로 성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부모들은 성관계를 ‘나쁜 짓’ 이라고 했는데, 또래들 가운데 일부가 ‘자랑거리’라고 말할 때, 아이들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게 분명하다. 그저 ‘나쁜짓’이라고 한 부모들은 결국 ‘나는 너와 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어’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장 bright@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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