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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2 14:33 수정 : 2006.03.13 20:08

지난 여름 호박꽃을 끈에 매달아 참개구리 낚는 모습

붉나무와 떠나는 생태기행

봄이 어디만큼 왔을까? 통통하게 물오른 생강나무 꽃봉오리를 찾아 봄 마중이라도 할까 해서, 나뭇가지로 활이랑 화살도 만들고 활로 불 피우는 놀이라도 할까 해서, 무수골로 향했어. 우리가 무수골을 좋아하는 까닭 두 가지. 첫째, 지난 여름 거기서 개구리를 무지하게 낚았거든. 둘째, 마을버스를 두 번씩이나 갈아타는데다 구불구불 들어가는 게 좋아서. 엄마 차를 타고 갈까 했더니, 나무랑 단이가 무서운 눈초리로 흘겨보아서 여느 때처럼 마을버스를 타고 무수골로 들어갔지.

마을버스에서 내려 계곡을 따라 한참 올라가다 보면 논이 보이기 시작해.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논이 있는 곳이지. 지난 여름 개구리 잡던 논을 가리키며 그때 생각이 나서 즐거웠어. 그런데, 논을 따라 점점 위로 걸어 올라가자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야. 작은 소리도 아니고 크게 울리는 소리야. ‘호르르릉 호르르르 흐르르릉 흐르르르…….’ 산개구리 울음소리였어.

얼른 잠자리채를 받쳐 받았다
산이랑 맞닿아 있는 가장 깊숙한 무논에서 나는 소리였어. 우리는 처음 듣는 산개구리 울음소리에 가슴이 다 콩닥거렸어. 경칩 하루 전이었는데, 정말 경칩에 산개구리가 깨어나나 봐. 어서 보고 싶은 마음에 후다닥 뛰어가니 한순간에 울음소리가 뚝 그쳐버려. 논바닥 어디로 꼭꼭 숨어 버렸는지 산개구리는 흔적도 없어. 하지만 물이 고인 논 여기저기, 그리고 도랑 가에 산개구리 알이 수북했어. 여기도 동그랗게 저기도 동그랗게 뭉쳐진 알들이 흩어져 있어.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남아 있는데, 산 속에서 가장 일찍 꽃을 틔우는 생강나무 꽃 소식도 감감한데, 부지런한 산개구리는 벌써 나와 짝짓기도 하고 알도 낳은 거야.

우리는 지난 여름 개구리 낚던 실력을 드러내 보기로 했지. 얼른 나뭇가지를 주워 끈(실)을 묶고는 끝에다 낚싯밥을 매달았어. 한 개에는 빵을 뭉쳐서 다른 한 개에는 낙엽을 말아서 매달아 논에다 드리웠지. 하지만 아무리 까딱까딱 흔들어대도 산개구리들은 꼼짝도 하지 않아. 그래 논 옆에 있는 물웅덩이로 가 보았더니, 웅덩이 둘레에 눈만 빠끔히 내밀고 있는 산개구리들이 보였어. 혹시나 낚싯밥을 물까 해서 코앞에 대고 흔들었더니 슬금슬금 피하다가는 물 속으로 호르륵 숨어버려. 계곡에서 흐른 물이 고인 웅덩이 물은 차가워서 움직임이 굼뜬 산개구리들, 먹을 거엔 관심이 없나 봐. 빨리 물이 따뜻한 논으로 건너가 짝짓기하고 알 낳을 생각만 가득 차 있는지 말이야. 낚싯대를 치우고 손으로 잡으니 금방 잡히는데 너무 미끄러워. 몇 번이나 주룩주룩 놓치고 나서야 겨우 잡아서 보니, 뒷발가락 다섯 개엔 물갈퀴가 달려 있고, 앞발가락은 네 개인데 수컷 앞발가락엔 짝짓기할 때 암컷 배를 꽉 잡으려고 돌기 같은 게 부풀어올라 있어. 몸 빛깔은 지난 가을엔 낙엽 따라 갈색을 띄더니, 지금은 겨울 동안 주변 색이랑 비슷해져 거무튀튀하게 낙엽 썩은 색깔로 바뀌어 있어.

산개구리들은 계곡 물 속 바위 밑이나 낙엽 쌓인 곳에서 겨울잠을 자다 이른 봄 깨어나 물이 고인 논으로 짝짓기를 하러 와. 보통 북방산개구리를 산개구리라 해. 산개구리는 사람들이 먹는 개구리라 식용개구리라 부르기도 하지. 산개구리랑 같은 때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논에다 알을 낳는 아무르산개구리가 있어. 아무르산개구리는 산개구리보다 훨씬 몸집이 작고 길쭉하고 울음소리도 달라. 꼭 문 두드리는 소리처럼 ‘똑’ ‘똑’ ‘똑’ 하고 울어. 참개구리나 청개구리는 한 달쯤 더 있어야 깨어날 거야. 산개구리 알을 집에 가져가 키우고 싶으면 열 개에서 스무 개쯤 가져가. 너무 많이 가져가 키우면 산소가 부족해서 올챙이가 죽어. 올챙이는 주로 물이끼를 먹고살기는 하지만 멸치나 배추를 줘도 괜찮아. 꼬리가 다 없어지기 전에 꼭 깨진 기와 조각 따위를 넣어 주어 물 위로 올라와 숨쉴 수 있게 해 줘. 개구리로 다 자라면 살아 있는 파리나 지렁이 따위를 먹어. 번번이 먹이 주기가 쉽지 않으면 알을 가져왔던 자리에다 개구리를 도로 놓아주어야겠지.

‘호르르릉 호르르르 흐르르릉 흐르르르…….’ 산개구리 울음소리에 숲이 들썩거려. 봄이 깨어나고 있어. 우리 마음 속 봄도 산개구리가 부지런히 다 깨워놓았어. na-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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