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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제 학생, "선생님이 ‘나를 믿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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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날> 학생들, 교사에 대해 이야기하다
언젠가부터 언론에선 사제관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체벌을 가했다는 교사와 체벌을 가했던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는 학생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학생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교사’부터 지금까지 학교에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바라는 ‘교사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보니 현재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가 허심탄회하게 드러났다.
학생들은 이야기는 교사와 학생 관계에서 학생들이 반성해야할 부분까지 이어졌다. 이 좌담회엔 정영제(고2), 심진영(고1)양이 참여했다.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은 교사는?
- 나를 믿어주는 선생님"
영제 : 중2때 담임선생님. 이성대라는 국어 선생님인데. 우리 반 문집을 만들었거든. 그 안에 10문10답도 넣고 해서 우리 반 전체가 만들었어.
그중에 하나로 ‘남학생 사생활 옅보기’라는 기획을 했거든 어느날 교사가 나를 부르더니 ‘이건 남학생들 몰래 하는 건데, 아무도 모르게 영제가 해주었으면 좋겠다. 영제가 좀 도와줘’라고 말한거야. 그때 처음으로 선생님이 '나를 믿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후에 글을 보고 선생님이 '잘했다'고 칭찬해셨어. 나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더라고. 그런게 좋았어.
중학교 가정 선생님도 기억나. 이경희 선생님인데, 그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그 선생님 CA 수업에 들어가기도 했어.
가정시간에 졸려서 잠을 잤는데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내게 다가와서 ‘그렇게 내 수업이 졸리니’라고 말했어. 난 너무 미안해서 ‘아니에요. 수업때문이 아니라 어제 밤늦게까지 컴퓨터해서 피곤했어요’라고 말했는데.
근데 이 선생님이 나를 너무 좋아했어. 가정시간에 작품을 내면 돌려주잖아. 내 이름도 써있지 않았는데 '영제도 가져가야지'라고 말하셨거든. 내 작품인지 아닌지를 안다는 거잖아. '나를 특별하게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어. 그래서 어디 여행을 가면 꼭 선생님 선물을 샀지.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진영 : 난 중학교 때 선생님이 없으면 학교 못갈 정도였어. 어렸을 때 일본에서 살았기 때문에 발음이 나빴거든. 그러다보니 애들이 심하게 놀려서 학교가기가 힘들었어. 아빠 사업이 잘되지 않아 집도 어려웠고.
근데 선생님들의 도움이 커서 학교에 다닐 수 있었어. 1학년 때 함영자 선생님은 상담을 많이 해주었어. 무슨일만 있으면 그 선생님이랑 상담했지. 3학년때 담임이었던 박명기 선생님도 기억나. 선생님이 국어과목이었는데, 그래서 발음 교정을 많이 받았어.
중학교 2학년 땐 집이 어렵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아픈척 하고 소풍을 안갈려고 했거든. 근데 오경래 선생님이 대신 돈을 내주고, 친구들이 나랑도 어울릴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어.
내가 힘들 때 상담기관과도 연결해주고, 급식 지원도 받게하고, 한글 발음도 같이 연습해주고 선생님들이 너무 고마워.
반대로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교사는? - "인신공격,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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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진영 학생, "부모님 봉급수준, 집안보유형편을 물어봤어"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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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 3학년 때 K선생님. 학기 초에 가정환경조사하는데 출신학교, 성적, 부모님 봉급수준, 집보유현황까지 물어봐 너무 싫었어. 감추고 싶어서 적지 않은 애들을 보며 ‘왜 안적냐’고 말하기도 했어.
또한 인신공격도 많이 하셨어. 내가 친구랑 싸운 일이 있는데, 그 친구가 싸운 것에 대해 교사에게 말했나봐. 교사가 날 부르더니 ‘넌 왜 이기적이냐’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사정도 잘 모르면서 그렇게 이야기한 게 서운했어.
영제 : 중1때 담임 선생님. 여자샘인데 어느날 여자애들 등을 만지는거야. 왜 그런가 했더니, 여자속옷을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확인하는거였어.
친구중에 성숙이 발달하지 못해 여자속옷을 입지 않은 애가 있었거든. 갑자기 그 친구 등을 ‘확’ 치더니 ‘넌 그것도 안했어?’라고 말하는거야. 남녀합반이었는데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루는 아침 조회때 늦게 들어갔었어. 근데 나보고 ‘너가 뭔데 늦게 들어오냐’는 거야. 그래서 나보고 그 자리에서 혼자 인사를 하라는거야. ‘차렷, 열중셧, 차렷, 경례’를 혼자 외치고 했어. 근데 선생님이 소리가 작다는거야. 결국 3번이나 혼자 인사했어.
얘들 앞에서 무시하는 선생님...
또 가정통신문을 안가져온적이 있었거든. 다음날 갖고 와도 되는데 애들 앞에서 ‘집에 갔다 오라’고 소리지르셨지. 따로 불러서 해도 될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선생님이 너무 싫었어. 다른 반 애들은 우리 담임 선생님이 좋다고 하는데, 우리반은 다 싫어했어.
진영 : 중학교때 ‘개스’선생님이라고 있었거든. 그 선생님이 지나가다가 학생들을 ‘개스’하면서 손으로 가르켜. 그러면 그 학생은 인사를 해야해. 1년 내내 그러는거야. 나중에 학생들은 그 교사가 있는 층의 복도에 지나가지도 않았어. 그 교사가 들어올까봐 문 잠그고 노는 학생도 있었고.
영제 : 깜빡이 샘이라고 있었거든. 맨날 때리고, 바리캉 들고다니고. 언젠가는 자기 수업시간에 뻰지로 구레나룻을 자르기도 했어. 애들이 싫어했지.
"웃지않는 선생님, 웃었으면..." - 이런 교사였으면 좋겠다?
진영 : 학생의견 반영하는 선생님. 또 자기에게 맞추라는게 아니라 애들에게 맞춰주는 선생님이었으면 좋겠어. 어제 ‘X맨에 뭐 나왔더라’고 하면서 코드를 맞추는 선생님이 너무 좋아. 또, 선생님들 좀 웃었으면 좋겠어. 교사들보면 전혀 웃지를 않아.
영제 : 맞아. 학생들 기준에도 맞추어야지, 학생이 일방적으로 교사 기준을 맞추는 시대는 갔어. 상담을 할때도 자기 말만 하는 교사가 있거든. 언젠가 내 성적을 보고 ‘니 성적이 그정도인데, 왜 그 꿈 가졌냐?’며 꿈을 깍는 선생님이 있었어. 상담이라면 내가 ‘뭘 더 노력해야할지’ 방향을 제시해야하는데. 근데 그 선생님 맨날 우리보고 ‘솔선수범’하라고 해. 자기는 솔선수범 안하면서.
내가 실업계 다니거든. 근데 선생님중에 ‘실업계’다닌다고 무시하는 선생님이 있어. 우리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의견을 존중해주는 교사였으면 좋겠어. 수업내용이나 두발규정좀 바꿔달라고 건의하면 ‘왜 우리가 받아줘야하냐’고 말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영 : 근데, 좋은 교사를 만들기 위해 학생들도 바뀔 부분이 필요한 것 같아. 애들이 요구만 하지 스스로 바뀔 생각은 안 해.
중학교 때 만만한 선생님 수업은 아예 듣지도 않고, MP3를 듣는 등 대놓고 딴청을 부렸어. 선생님이 너무 착하니까 애들이 너무 쉽게 대했어. 나중에 그 선생님이 마지막 수업 때 ‘한번만 내 이야기 들어줄 수 없겠냐’며 우셨어. 그 뒤에 알게 된 일인데 그 선생님 교직을 떠나셨데. 너무 죄송했어.
영제 : 맞아. 학생도 선생님에게 맞출 부분이 있어. 수업 진도만 나가는 선생님있거든. 내가 보기엔 선생님이 소심하셔서 유머도 못하면서 진도만 나가는거 같은데, 애들이 이해해주지 않더라고.
"사소하더라도 관심을 보여주세요!"
진영 : 애들이 선생님 안좋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많이 좋아해. 사소한 관심이라도 표현해주었으면 좋겠어.
중학교 때 내 필체를 알아보는 선생님이 있었어. 너무 좋았지. 또 고등학교 올라왔는데 담임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먼저 인사하는 거야. 나는 오히려 ‘저 아세요?’라고 말했으니까. 선생님이 입학하기도 전에 학생들 사진과 이름을 외운거야. 너무 좋았지.
체벌도 심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모든 것을 점수로 이야기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특히 뭘 못하면 ‘너 점수 깎을꺼야’라고 말하는데, 이런 이야기 너무 싫어.
정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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