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5.15 16:22 수정 : 2006.05.15 16:28

14일, 지난해 두발규제반대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던 촛불집회 1년만에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청소년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일년만에 열린 '5.14 청소년 인권 행동의 날'

1년 전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청소년의 촛불집회가 열렸던 광화문에서 또다시 <5.14 청소년 인권 행동의 날>이 열렸다. 청소년들은 1년만에 두발규제 완전폐지를 비롯한 종교자유, 체벌 금지 등 청소년 인권전반에 걸친 요구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등의 청소년 단체와 인권운동사랑방, 문화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는 14일 오후 3시 광화문 KT앞에서 두발자유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200여명의 청소년과 교사, 청소년단체 관계자들이 함께해 두발 자유를 외쳤다.

행사는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가 아닌 퍼포먼스와 공연, 청소년 자유발언대를 중심으로 활기차게 진행됐다. 가장 먼저 지지발언에 나선 민주노동당 최순영의원은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모여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집회장은 살아있는 학습장이자, 야유회라며 참가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았다. 이어 민주주의 장인 학교에서 인권침해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학생인권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벌주의, 대학 서열화 등 입시교육 속에서 학생들을 보다 쉽게 통제하려고 자유를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유’와 ‘인권’은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학생회를 주축으로 민주적인 학교운영이 가능하도록 학생회법제화 및 학생인권법이 보장돼야 한다”

“두발자유, 지금해라”, “빼앗긴 인권을 돌려 달라”

청소년 락밴드의 흥겨운 공연이 있은 뒤, 집회참가 청소년들의 ‘통쾌한’ 자유발언대가 이어졌다. 이 자리는 그동안 반인권적 두발규제에 짓눌려 있던 청소년이 사회를 향해 당당하게 요구하는 장이 됐다.

“두발단속도중 벌어지는 선생님은 갖은 욕설과 체벌을 보면 과연 ‘선생님’으로 불러야 하는지 가치관의 혼란이 생긴다” (닉네임 ‘푸념’)

“‘머리가 길면 공부를 못한다’, ‘두발자유 하면 학교에 날라리들이 판친다’등의 궤변을 늘어놓은 선생님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닉네임 ‘임프’)

“20대의 투표율이 떨어지는 이유도 학교에서 자기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는 우리들의 두발자유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M고 학생)

“도대체 ‘학생다움’의 기본이 무엇인가. 학생도 인간이다. 우리는 사회에서 원하는 대로 길들여지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S여고 학생)

이어 이번 <5.14 청소년 인권 행동의 날>을 기획한 준비단은 집회참가자들은 대표해 ‘두발자유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잘려나가는 것은 머리카락이 아닌 학생들의 인격이라며, '두발규제'는 입시경쟁체제에서 학생들을 순종시키기 위한 대표적 통제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청소년들은 두발자유를 요구하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에 ▲머리모양, 색깔, 길이로 인격을 재단하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학생들의 존엄성이 잘려나가지 않는 학교를 원하다 ▲정부는 바로 지금, 두발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두발규제가 없어질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00년 노컷운동을 펼쳤던 박준표(27)씨는 아직도 두발규제가 만연한 현실에 분노하며, 7년 동안 길러온 머리카락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18살 당시 교실에서 벌어졌던 두발규제 상황을 묘사하는 편지글을 낭독하며, 반인권적 행위를 일삼는 교사에게 경고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회의 조건은 나아졌지만,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목마름은 더해가고 있다. 선도하고 가르치려는 ‘사랑법’은 걷어치워라”

두발자유는 시작에 불과…강제보충·야자 폐지, 학교내 종교자유도 이뤄져야

오후 4시 30분경 2부에서는 <청소년에게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이라는 주제로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인권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두발규제 이외에 강제보충·야자, 종교자유 등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 8일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던 오병헌(동성고3)군은 잘못된 것을 보고 침묵해 버리면 선생님의 간섭도 없고 편하게 지낼 수 있지만, 자신의 양심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1인 시위 이후 0교시가 폐지되고 담임교사가 사퇴하는 등 학교에서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한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학교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자”

학교의 인권침해 현실을 비판하며 1인시위를 벌였던 오병헌(고3)군과 종교자유를 주장한 강의석(21)씨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교 내 종교자유를 주장했던 강의석(21)씨는 두발자유와 학생인권 앞에서는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고 단단히 목을 받았다. “인권은 합의할 대상이 아니다. 학교가 정한 종교를 믿지 않으면 학생회장도 할 수 없고, 교사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 두발도 마찬가지다. 두발은 옷값을 흥정하듯, ‘장발은 되고 염색은 안된다’ 등 타협할 것이 아니라 완전자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편 10명의 청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집회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자신들을 ‘자전거 폭주연합’이라고 소개한 주용현(중2, 가명)군은 두발규제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인터넷에서 백날 두발자유 외쳐봐야 바뀌는 게 없어서 나오게 됐어요… 학생들보고 학교가 싫으면 떠나라고 말 하는 게 말이나 됩니까. 제발 두발자유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2003년 학생의 부당징계 맞서 싸웠던 진웅용(용화여고)교사는 ‘학생다움’이란 사회에 적응해 가는 것이지 학교에 순응․굴종하는 것이 아니라며, 사회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청소년의 두발자유 외침을 지지했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는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학생들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마찰 없이 행사를 마쳤다.

행사 총기획을 담당했던 조상신(22, 아수나로)활동가는 휴일도 반납하고 집회에 참여해준 청소년 2백명은 2천명과 다름없다며 만족을 표했다. “이 자리를 통해 청소년의 요구가 더욱 간고해 지고, 청소년인권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앞으로도 두발자유를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운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