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않은 행동? 아니면 사회에 익숙치 않고 일부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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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에는 소위 ‘벌점’제도가 존재한다. 모든 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제도는, ‘학교에 대해서’ 여러 잘잘못을 한 학생들에게 벌점을 매김으로써 갖가지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아주 낡고 낡은 제도로 논리적 사고가 가능한 이라면 누구나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벌점을 받게 되는 예로, 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학교가 언제부턴가 갑자기 신주머니로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나는 ‘비닐봉투’가 아니라, 문구점에서 2500원을 주고 구입한 돗자리 비슷한 소재의 신주머니를 들고 다니고 있었고, 생활지도선생님에게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문 보안 시스템에 딱 걸리고 말았다. 나는 즉시 학년, 반, 번호, 이름을 대고 신주머니를 반납했으며, 그 앞에 그득히 쌓여있는 신주머니들은 분리배출하여 환경에 기여된다고 친절히 설명 받았다. 하굣길에 학생부로 가서 사정사정한 다음에야 신주머니를 받을 수 있었는데 역시나 다른 신주머니들은 재활용통에 박혀있었고, 나는 벌점 1점을 부여받아야 했다. 조금 더 벌점부과항목을 살펴보자면 이렇다. 먼저, 비교적 가벼운 1점짜리 항목들. 대표적으로는 악세사리 착용 시나 외투 착용 시 등의 복장불량 행위, 머리가 긴 머리 등의 두발불량, 그리고 심지어는 길이가 길거나 매니큐어를 칠하는 등의 손톱불량 행위가 해당된다. 그 외에도 학교나 학급행사 시 개인행동을 하는 따위의 질서유지 이탈행위, 말뚝박기를 하거나 실내에서 공놀이를 할 경우의 실내 소란 행위 등이 있다. 2점으로 가면 대강 이렇다. 수업시간 핸드폰 작동, 피어싱 등의 혐오행위, 염색이나 파마 등의 두발 불량 등. 라이터나 성냥 혹은 담배 등의 소지나 판치기, 도박, 월담, 싸움 등은 벌점 3점에 해당하는 항목들이다. 이 이상으로 4점, 5점, 선도위원회회부 항목까지 있지만 이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아 생략하겠다.
내가 여기서 문제삼고 싶은 것은 과연 이 제도가 올바른가 한 것이다. 첫째, 벌점이 부과되는 행위들이 과연 ‘틀린가’하는 문제이다. 벌점이 부과되는 때는 당연히 우리가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때여야 한다. 물론 그런 때라도 ‘벌점’이라는 걸로 강압적인 지휘를 행사하려는 게 웃기긴 하지만. 어쨌든 최소한, 굳이 벌점제도를 계속 시행시키고자 하면 벌점이 부과되는 때가 누가 봐도 당연한 때여야 한다. 그러나, 과연 악세사리나 외투를 착용하는 것이 틀린 행위인가? 긴 머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과연 틀린 행위일까? 일부의 기준에서만 ‘시덥잖은’ 행위일 뿐, 그것을 틀린 행위라고 잡아떼며 마음대로 벌점을 부과하는 건 아무래도 억지일 것이다. 둘째, 그렇다면 아무리 올바르지 않은 행위일지라도 과연 ‘벌점’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그건 아무래도 아니라고 본다. 훌륭한 교육으로 하나의 인격체를 성장시키는 게 교육의 의무이다. 억지 규정을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소위 ‘벌점’을 매기면서 해결하려 하는 건 누가 봐도 웃긴 행위다. 좋은 교육시스템으로 아름다운 자아를 실현시켜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면서 어느 것이 올바르고 어느 것이 그렇지 않고, 또 어느 것은 각자의 개성인가를 확실히 구분시켜 주는 것이, 규정을 들이밀면서 올바른 것, 올바르지 않은 것과 각자의 개성인 것의 구분 없이 일부 사람들에게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들에 대해 벌점을 매기는 것보다 훨씬 시급한 학교의 의무라고 본다. 지금의 학교는 지금의 시대에 발맞추어 나가야한다. 학교의 규범 역시 지금의 가치관에 발맞추어 나가야한다. 지금 우리 학생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대로 교육을 받고 제대로 사랑을 받는다면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자신의 자아를 맘껏 펼치고, 자신의 의무를 스스로 수행하고, 자신의 개성을 외칠 수 있으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타당한 인격이 부여되어 있는 우리들이다. 벌점 몇 점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하나의 사람이고, 하나의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마음대로 벌점을 매길 수도 없는 것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텐가? 벌점, 언제까지 매길 건가?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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