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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28 14:13 수정 : 2017.01.28 14:15

삼성전자 주가와 거래량(주가 단위 10원). * 누르면 확대됩니다

10년간 삼성전자 주가 240% 상승…코스피는 52% 상승
증권사 연구원들 “정부 부패가 코리아디스카운트 주범”
“이번 대통령 탄핵이 한국증시 재평가 분기점 될 것”

삼성전자 주가와 거래량(주가 단위 10원). * 누르면 확대됩니다
40대 후반 회사원인 김아무개씨는 지난 26일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200만원을 터치하는 것을 보고 속이 쓰렸다. 지난해 이맘때 연금저축 주식형펀드에 10년간 적립식으로 자금을 불입해온 증권사의 직원이 “부장님도 곧 50대에 접어드니 펀드를 채권형으로 갈아타는 게 낫다”고 권유했다. 나이가 들수록 변동성이 높은 주식형보다는 채권형처럼 안정적인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잠시 망설였지만 채권형 전환에 동의했다. 분기별로 받아보는 펀드 운용보고서를 보니 편입 비중이 가장 높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 전체 수익률도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해 연말로 갈수록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김씨는 채권형으로 갈아탄 이후 연금저축 수익률이 1%대에 머물러있는 걸 확인하고 은근히 그 증권사 직원이 밉기도 했지만 모든 투자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맘을 달래는 중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사태 이후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 26일 장중 최고가인 200만원을 찍은 뒤 199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김씨가 채권형으로 갈아탄 1년 전 주가인 113만7000원에서 75.5%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같은 기간 1871.69에서 2083.59로 11.3%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코스피보다 6.7배 더 오른 것이다.

10년 전으로 거슬러가도 결과는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월26일 삼성전자 주가는 58만7000원으로, 현재 24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52%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는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당시 42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9월에는 3만3300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때는 1975년 6월로 당시 주가는 5905원이었다. 거래량은 40주로 총거래금액이 24만원 수준이다. 지난 26일 거래 규모는 5000억원을 넘는다. 삼성전자 주가가 50만원을 넘어선 시점은 상장 후 28년이 지난 2004년 1월9일이다. 100만원을 돌파한 시점은 2011년 1월28일로 7년이 걸렸다. 그리고 6년만에 장중 200만원 고지를 밟았다.

증권가에서는 기업들의 이익이 늘고 자산가치가 상승하는데도 코스피 지수가 지지부진한 것은 정부의 투명성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탓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북한 리스크가 아니라 정부의 부정부패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으로 흔히 남북관계와 노동시장 경직성을 거론하지만 부패야말로 금융시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기술 진보와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부패가 심한 나라일수록 시장의 위험도와 디스카운트가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 25일 발표한 ‘2016년 기준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37위에서 52위로 추락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반영되는 2017년 조사에서는 순위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영교 엘아이지(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부패지수는 지금의 여당이 집권한 10년간 한층 심해졌다”며 “이번 대통령 탄핵은 한국 증시의 재평가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진단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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