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9% 하락…‘최순실 리스크’ 600선까지
바이오주 수익률 낮은 가운데 한미약품 결정타
올들어 실적 좋은 코스피에 투자자 관심 쏠려
미 금리인상 앞두고 대형주·가치주 선호 흐름
국민연금 연내 중소형주 1조 투자 예정
“저성장 시대에 성장주 장기적으론 수혜” 의견도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국 혼란이 계속되면서 코스피뿐 아니라 코스닥시장의 흔들림이 커졌다. 코스닥의 경우 이미 지수가 하락할대로 하락한 상태고 실적보다 ‘기대’ 등 투자심리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시장의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코스닥지수는 8일 전날보다 2.02(0.32%) 오른 624.19로 거래를 마쳤다. 불과 한 달 전에 견줘 9%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코스닥지수는 8월 초까지만 해도 박스권 상단인 7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진행돼 지난 2일 연중 최저치(606.0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여파가 코스닥시장에까지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닥지수 하락이 가속화된 것은 10월 초부터다. 지난해 코스닥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바이오·제약주가 올들어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10월 초 불거진 한미약품 늑장공시 사태로 투자심리가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들어 지난 7일까지 코스닥 바이오주들의 주가상승률은 -4.13%에 그쳤다. 시총 상위주들만 봐도 셀트리온(28.05%), 코미팜(4.26%) 주가는 올랐지만, 메디톡스(-31.36%), 바이로메드(-49.85%), 코오롱생명과학(-23.19%) 등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실적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증권사 추정치가 존재하는 코스닥 기업 196곳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6243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확정치(1조303억원)보다 57.66%나 높다. 하지만 실적보다 성장 기대에 투자하는 코스닥시장의 특성에 더해 올해 1, 2분기 코스피 대형주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투자는 증시가 오랜 박스권에 머물고 대형주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폭발적으로 일어났던 것인데, 대형주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투자 매력이 사라진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둔 현 상황도 코스닥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미래 가치가 높은 기업(중소형·성장주)은 자본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현재 가진 것이 많은 기업(대형·가치주)은 이자를 더 많이 받는다는 의미”라며 대형주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난 7월부터 위탁 운용사들에 벤치마크(기준점) 복제율을 50%로 높이라고 요구하면서 중소형주 수요가 감소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탁 운용사들이 업종별 매입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중소형주보다 주가가 비싼 대형주 위주로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만 해도 국민연금 위탁 운용사들은 중소형주를 6052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7~8월말엔 2579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다만 코스닥지수가 장기적으로는 상승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은 국민연금이 지난달 말 중소형주 대상 연내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 자금이 코스닥시장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저성장·저금리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성장주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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