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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25 22:08 수정 : 2016.08.25 22:08

이종우의 흐름읽기

우스갯소리 중에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시장이 안 된다는 얘기가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연초 이후 삼성전자가 30%가 넘게 오르는 동안 코스피 상승률은 5%에 그쳤다. 삼성전자 상승분을 제외할 경우 시장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독무대가 계속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전 고점이었던 2013년에 비해 지표가 좋지 않다. 2013년에는 분기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었다. 전망은 더 좋아서 11조원에 육박했다. 지금은 8조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 늘어나서 이 정도인데, 향후 영업이익이 8조원대를 넘을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 부문별로 봐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13년 스마트폰 사업부의 분기별 이익은 전년보다 40%가 늘어난 7조원대였다. 갤럭시S4가 출시 첫 분기에 2천만대의 판매를 기록할 정도였다. 지금은 스마트폰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낮아졌고,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1700만대에서 700만대로 줄었다.

수급도 좋지 않다. 2000년 이후 외국인이나 기관은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때마다 항상 주식을 순매수했었다. 탄탄한 수급 구조가 만들어졌던 건데, 이번에는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은 물론 개인까지 매도에 나서고 있다. 오직 기타 법인만 5조원 가까이 순매수를 하고 있는데 이 법인이 삼성전자다. 매매 동향만 보면 삼성전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건이 과거만 못한 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건 상황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대규모 이익이 발생했음에도 이익의 편중성이라는 위험 요인을 안고 있었다. 이익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본 건데, 실제로 2013년 6월에 스마트폰의 부진이 감지되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말았다.

시장도 삼성전자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박스권이 오래 계속되다 보니 특정 종목의 영향력이 커졌다. 전체 시장이 움직일 형편이 안 된다는 걸 투자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종목에 에너지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화장품과 바이오 주식이 에너지를 모으는 대상이었다면 올해는 낙폭 과대주와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고 있다.

수급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남아 있다. 지난 2년 동안 기관투자자는 외국인 매수에 대응해 삼성전자를 계속 내다 팔았다. 그 영향으로 삼성전자를 시가총액 비중만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을 찾기 힘들어졌는데 이를 메우기 위한 매수가 시작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상황이 좋아진 만큼 주가도 올랐다. 이제는 기대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상반기에 보여줬던 실적 개선 이상으로 이익이 늘어나야만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 같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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