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24 19:51
수정 : 2016.03.24 21:21
이종우의 흐름읽기
종합주가지수를 장중 2000까지 끌어올린 동력은 셋이다.
우선 반등. 연초 이후 주가가 크게 하락하자 대기 매수가 들어왔다. 두 번째는 외국인 매수. 오랜 매도를 끝내고, 한 달 사이에 외국인이 3조원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다. 관련된 수급 변화가 추가 하락을 막은 건 물론 반등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은 정책. 선진국들이 연이어 금융 완화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 않다는 안도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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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와 신흥국 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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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저점에서 10% 가까이 오르면서 상승 동력 모두가 약해졌다. 그 중 특히 정책의 역할 둔화가 심하다. 정책이 가지고 있는 이벤트적인 성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변화인데 당분간 공백을 메우기 힘들 걸로 전망된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정부가 수없이 많은 금융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7년간 미국·유럽·일본에서 발표된 굵직한 정책만도 34회에 이를 정도다. 중국을 포함하면 40회에 육박한다. 과거 같으면 몇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정책들이 연평균 5.7회나 쏟아져 나온 것이다.
문제는 정책 횟수에 비례해 시장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은 항상 새로운 걸 원한다. 새로운 정책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를 무한대로 키울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재 상황은 주식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정책에 너무 익숙해져, 평소 같으면 굉장한 위력을 발휘했을 내용도 투자자들에게는 비슷한 또 하나의 정책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효과에 대한 의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는 강력한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진통이다. 통화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버냉키 전 연준의장 조차 마이너스 금리의 비효용성과 양적 완화가 가져올 왜곡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함께 사용하라고 주문했는데, 선진국 중 그럴만한 여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없다는 걸 감안할 때 현실성 없는 얘기다.
지난 한 달간 많은 신흥국 주가가 연초 수준을 넘었다. 올 들어 두 자리수 상승을 기록한 나라까지 나왔다. 유가도 바닥대비 60% 가까이 올랐다. 주가·환율에서 원자재까지 대부분이 크게 올라 추가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과거 고점에 비해 가격이 여전히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미 있는 얘기는 아니다. 저점에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금액이 들어와도 한 달전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1분기 실적이라는 새로운 엔진이 빨리 힘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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