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0 19:59
수정 : 2016.03.10 21:07
이종우의 흐름읽기
주가가 상승했다. 한달 전만 해도 1800에서 하락을 막을 수 있을까 걱정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2000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이 큰 역할을 했다. 2월18일에 외국인이 처음 주식을 순매수 하기 시작한 이후 한 달이 안 되는 사이에 해당 금액이 1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주가가 낮은데다, 장기간에 걸쳐 순매도를 지속한 직후여서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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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이후 주가와 유가 동시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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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힘은 반등에서 나왔다. 주가만 오른 게 아니다. 유가도 단기간에 배럴당 10달러 넘게 올라 4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한때 125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왔고, 특히 브라질·러시아 등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던 신흥국 통화가 두드러지게 강세를 보였다. 이런 모습은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났는데 두 나라 주가가 연초 이후 각각 14%와 6% 올랐다. 하락이 클수록 상승도 크다는 반등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주가 상승이 계속될 수 있을까?
반등은 반등으로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연초 이후 주가를 끌어내렸던 요인들이 개선되지 않았다. 외국인이 매도에서 매수로 전환된 건 긍정적이지만, 수급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었던 선진국 정책 신뢰도 약화가 개선되지 않았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선진국들이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중앙은행에서 받은 돈을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하고 다시 중앙은행으로 보낼 정도로 유동성이 넘치는 상태에서 돈을 또 투입한다 해도 변할 건 별로 없다.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3월들어 실적 전망치 하락세가 진정됐다.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가파른 하향 조정이 일단락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5% 정도 늘어날 걸로 전망하고 있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수치다. 매년 경험했던 것처럼 올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실적 전망이 낮아질 걸로 판단된다. 이미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4월에 발표될 1분기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막연히 연간 이익이 늘어날 거라고 얘기하는 건 1분기와 달리 2분기부터 이익이 크게 개선되는 걸 전제로 하는데 어떤 요인 때문에 가능한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이익은 경제 상황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계속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큰 폭의 이익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 앞으로 이익 모멘텀은 잘해야 주가에 중립적인 요인 정도에 그칠 것이다.
지난 20일간 주가가 반등했던 힘은 정책도 경제도 실적도 아니다. 가격 하락에 따른 저가 기대였다. 이 부분은 가격이 상승하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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