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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3.03 19:56 수정 : 2016.03.03 21:28

이종우의 흐름읽기

2월 한 달간 시장의 유일한 순매수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이들이 매수한 종목들을 보면 특이한 점 하나가 눈에 띈다. 화장품·의류·화학·정보통신(IT) 주식을 많이 샀는데 여기까지는 이해가 간다. 대부분이 현재 잘 나가거나 산업구조상 외국인이 꼭 사야 하는 종목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철강·건설·조선주가 매수 대상에 올라있다. 지난 몇 년간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던 기업일 뿐 아니라 지금도 언제 상황이 나아질 지 가늠하기 힘든 업종들이다. 철강은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 4분기에 전체 상장가가 이익 둔화에 노출됐고, 조선은 몇 년째 수 조원에 이르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건설 역시 올해 부동산 가격이 좋지 않아 업황이 조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국인이 왜 시장이 골칫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주식들을 사들인 걸까?

2월 외국인 순매수 10개 업종
우선 이들이 대표적인 경기 관련 업종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들은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에 주가 차이가 컸는데, 지금은 업황이 최악인 만큼 주가가 더 떨어지기 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주가에 대한 고려도 있었다. 기업의 자산과 주가 사이 관계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배율(PBR)이 철강은 0.4배, 조선은 0.6배 수준이다. 건설은 전체 시장과 비슷한 0.9배 정도다. 철강이나 조선 업종은 부도가 나 청산 절차에 들어가는 게 지금 주식을 파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가 된다.

올해 이익이 개선될 거란 기대도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거래소 기업의 영업이익이 18조원 정도 늘어날 걸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조선과 건설업의 이익 증가분이 10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작년까지 적자가 너무 커 올해 적자만 내지 않아도 작년보다 이익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들도 외국인같이 이들 업종에 투자해야 할까?

투자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 외국인이 적자가 심하게 나고 있는 업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건 투자 기간이 장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어서 부도가 날 가능성이 없으므로, 상황이 가장 나쁠 때 사서 오래 기다리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같이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느냐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자신의 과거 투자 패턴이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무리하게 외국인을 따라 하겠다고 나섰다간 손실을 입기 십상이다. 기대와 달리 조선·건설·철강 업종의 이익이 개선되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황이 바닥인 기업을 사서 오래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투자 방법인 게 분명하지만 성공하려면 믿고 기다리는 자세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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