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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2.11 19:52 수정 : 2016.02.11 20:53

이종우의 흐름읽기

앞으로 주가가 하락한다면 원인은 둘이다. 하나는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선진국 시장이 대세 하락에 들어가는 경우인데, 상대적으로 기간이 길고 하락 폭이 클 수 있다. 설 연휴 동안 선진국 주가가 하락하면서 후자의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월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과거에 비해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세계경제 전망치를 내놓았다. 지역별로 미국과 브라질, 러시아의 하락이 컸다. 미국이 선진국 경기 둔화의 주원인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예측도 비슷하다. 작년 하반기 이후 주요 기관들의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 1월도 비슷해 예상치 평균이 작년말 2.5%에서 2.4%로 0.1%포인트 떨어졌다.

경기선행지수 증감률과 실업률 추이
성장률 이외 지표는 성격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나 장단기금리차 같이 선행성을 가지고 있는 지표들은 낮아지고 있는 반면, 고용과 소비는 양호한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고용지표가 인상적인데, 매월 25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고 1월에는 실업률이 4.9%까지 하락했다. 둘 다 과거 호황기 때에 필적하는 수치다. 고용과 소비만 보면 미국 경제가 좋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다. 이 두 지표가 미국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기에 후행해 상황을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고용이 늘고 소비가 좋다는 건 단순히 이전 사이클이 연장되면서 나오는 상황일 뿐, 향후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상승을 담보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신흥국의 경제가 좋지 않다는 건 많은 투자자들이 알고 있다. 이미 예측치에 반영돼 있고 주가도 거기에 맞춰 반응을 했다.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부정적인 신호가 없는 게 아니지만 전망기관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 당연히 시장도 경기 둔화에 대비하지 않고 있는데,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선진국의 정책이 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유동성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등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정책이 6년 넘게 계속되면서 반응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동일한 정책이 반복돼 신뢰도 마저 낮아졌다. 정책만으로 시장을 끌고 가기 힘든 상황이 됐는데 연휴 동안 선진국 주가가 하락한 건 이에 따른 반응이었다.

좀 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시장에 접근했으면 한다. 선진국 주가가 2014년 10월 기록했던 저점까지 내려왔다. 이 선이 무너질 경우 대세 하락이 시작될 수도 있다. 유동성 공급을 늘리거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늦추는 걸로 상황이 진정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5년간 계속돼 온 선진국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과 우리 시장의 박스권내 횡보가 계속 유효한지 의심해 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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