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8 20:34
수정 : 2020.01.09 02:08
대출 규제와 병행할 보유세 강화
5월까지 법 개정돼야 올해 시행
다주택 물량 끌어내는 효과 기대
한국당 ‘종부세 인상 저지’ 다짐
느슨한 법 개정안 내고 공방 태세
4월 총선 겹쳐 법 개정 진통 클듯
문재인 대통령이 ‘12·16 부동산종합대책’에 이어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야당이 12·16 대책의 한 축인 보유세 강화 방침에 반발하고 있어 입법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로서는 ‘투기와의 전쟁’에 필요한 강력한 무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12·16 대책에 담긴 보유세 강화 방안은 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 지역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0.2~0.8%포인트, 그외 주택보유자 세율은 0.1~0.3%포인트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정지역 2주택자의 세부담 상한도 현행 200%에서 300%로 높였다. 12·16 대책의 핵심인 대출 규제가 새로운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방편이라면, 보유세 강화는 다주택 보유 부담을 높여 기존의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려는 것이다.
종부세는 해마다 6월1일 공시가 기준으로 정해지고, 납부 시점은 12월이다. 올해 인상된 세금을 부과하려면 5월 말까지 종부세법이 개정돼야 한다. 정부가 올해 6월까지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라는 ‘당근’을 제시한 만큼 다주택자가 이 기회를 놓치면 연말에는 최대 3배가 오른 종부세 고지서를 받게 된다.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종부세법이 제때 개정돼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은 대책 발표 일주일 뒤인 지난달 23일 종부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정부가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원입법 형식을 빌린 것이다. 2021년 1월1일 양도분부터 적용할 소득세법 개정(분양권도 주택 보유로 인정, 2년 미만 보유 주택 양도세율 인상)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종부세법과 함께 늦어도 올해 5월까지 일괄처리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목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종부세 인상 전면 저지’를 다짐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8일 <한겨레>에 “부자 편 가르기, 징벌적 과세안은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이번 종부세법 개정안은 민생 악화 법안이기에 졸속으로 논의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상임위 심사부터 녹록지 않은 셈이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도 “법안 반대는 물론이고, 국회 상황상 지금은 여당과 합의가 불가능하다”며 “기존 보유세 부담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이혜훈 무소속 의원(서울 서초갑)도 박성중(서울 서초을), 박인숙(서울 송파갑), 이종구(서울 강남갑) 등 자유한국당 강남권 의원들과 함께 다주택자 세부담률 상향을 1년 유예하고 1주택자 세부담 상한율을 낮추는 ‘맞불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올해 4월에 있을 총선은 종부세법 처리 불투명성을 더 높이는 요인이다. 2018년 9·13대책 때 포함됐던 종부세 강화 방안은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그해 연말 예산안과 함께 처리할 수 있었다. 그나마 여야 협상 과정에서 조정대상 지역 2주택자의 종부세 부담률 상한이 300%(정부안)에서 200%로 깎이기도 했다. 하지만 각 당이 총선 정국으로 들어가면 법안 심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여야 간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조차 힘들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종부세 인상은 매번 쉬운 적이 없었다”며 “다음달 국회가 열리면 정부 입장에서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규 김미나 기자
dokbu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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