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5 18:32
수정 : 2019.12.16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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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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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 100일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소신 주문
부원장 4명 개혁파 앉힐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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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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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투톱’인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잦은 갈등설로 입길에 올랐던 직전 투톱 때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은 위원장이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는 가운데 두 수장은 지금까지 공조 체제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 국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책과 관련해서 일부에서 갈등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큰 틀에서 두 기관간 입장 차이가 별로 없었다는 평가다.
전임 최종구 금융위원장 시절엔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진보 성향 학자 출신의 윤 원장이 내놓았던 개혁과제들을 금융위가 탐탁치 않게 여기면서 갈등이 시작돼 임기 내내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및 키코 재조사, 종합검사 부활,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등을 놓고 부딪쳤다. 원칙을 강조하는 두 수장의 스타일과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를 강조해온 윤 원장의 소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 위원장은 금감원과의 관계에서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사석에서도 직원이 300명(금융위)이 아니라 2300명(금감원 2000명 포함)이라며 금감원도 한 식구처럼 생각하고 조직을 끌고 가겠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 원장에게도 책임은 자신이 질테니 소신있게 일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최 위원장 시절엔 충돌이 잦았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수장이 계속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금감원 부원장급 인사와 예산이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원장 4명은 금감원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장이 승인한다. 윤 원장은 개혁 성향의 인사들과 함께 조직을 끌고 가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예산은 금융위가 승인하는 범위 안에서 금감원이 민간회사들에 분담금을 거둬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금감원 예산은 2년 연속 삭감된 바 있다. 인사와 예산은 조직 운영의 핵심인 만큼 갈등 소지가 다분하다.
근본적으로는 금융산업 육성과 금융감독이라는 두가지 상충되는 가치를 놓고 두 수장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을 우선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데 반해, 은 위원장은 금융감독과 금융시스템 안정도 중시하지만 정통 금융관료 출신답게 금융산업 육성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 때를 돌이켜보면 두 수장 갈등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며 “관계를 원만히 가져가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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