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1 11:25
수정 : 2019.11.1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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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건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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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 보고서로 드러나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외화채권 발행 주관사로 선정하며
아들·친구 자녀 채용·인턴 요구
다른 공기업도 ‘뒷거래’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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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건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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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의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외화채권 발행 주관사로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를 선정해주는 대가로 자녀나 지인 자녀의 채용을 청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미국 금융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9월 바클레이스에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벌금 630만달러(약 73억원)를 부과하면서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포함됐다.
11일 증권거래위의 발표 내용을 보면, 바클레이스는 2009년 5월 한국 공기업의 고위 임원이 친구 자녀의 채용을 청탁하자 이 자녀를 채용했으며, 그다음 달인 6월에는 이 공기업의 한 직원도 인턴 채용을 부탁해 이를 들어줬다고 밝혔다. 그 직후 이 공기업은 15억달러의 외화채권을 발행하면서 주관사로 바클레이스를 선정했고, 바클레이스는 수수료로 약 115만달러를 받았다. 이 시기에 15억달러의 외화채권을 발행한 공기업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유일하다. 증권거래위가 적시한 고위 임원에 해당하는 인물은 당시 4명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퇴직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쪽은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스는 2009년 4월에도 한국의 한 공기업 ‘정책 결정권자’의 아들을 인턴으로 채용했다. 그 뒤 바클레이스는 이 공기업의 10억달러 규모 외화채권 발행 주관사로 선정돼 수수료로 97만1천달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건을 조사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실 쪽은 “당시 외화채권 발행 내역을 살펴보니 해당 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위는 바클레이스의 이런 부적절한 채용 관행은 당시 한국에서 시작됐으며,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증권거래위는 “바클레이스는 2009~2013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학생들에게 ‘일자리 경험 프로그램’이라는 비공식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며 “이 지역의 약 117명이 바클레이스 고객사와 관련돼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바클레이스는 한국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 주관사를 많이 했기 때문에, 다른 공공기관 및 기업에서도 이런 뒷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쪽은 “수출입은행 쪽에서 사실관계 확인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해당 내용이 보고되면 어떻게 처리할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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