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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7 05:00 수정 : 2019.12.27 11:21

영국 전문매체, 판정문 입수 보도
“한국 공자위, 영향 우려 보고하고
매매계약 중단하는 안까지 검토
채권단도 제재로 성사 힘든 것 알아”
금융위 “정부 종용탓 해지 사실아냐”

최근 한국 정부가 이란 다야니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소송(ISDS)에서 패소가 확정된 가운데, 이 소송의 빌미가 된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계약 파기에 미국의 강력한 대이란 제재 조처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영국의 국제중재 전문 매체인 <국제중재리뷰>(GAR)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난해 6월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의 판정문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중재판정부는 한국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여러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다야니의 대우일렉 인수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고 적시했다. 공자위는 또 이런 이유로 이 매매계약을 중단하는 안도 검토했다고 판정부는 지적했다. 판정부는 또 한국은 공공기관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자신의 주권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주식양수도상 당사자의 권리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판정부는 한국의 행동이 대이란 제재에 관한 정책 변경에 영향받은 것으로 보는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는 공자위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 탓에 정책을 변경했으며, 이것이 대우일렉 매매계약이 해지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은 2010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대이란 제재를 시행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들에 동참할 것을 압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이 매매계약 해지와 계약금 몰수 배경을 설명해온 취지와 상당히 다른 것이다. 정부는 다야니 쪽이 제출한 투자확약서(LOC) 불충분을 이유로 채권단이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수했으며, 이는 채권단의 결정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사건은 2010년 4월 다야니가 자신이 세운 싱가포르 법인 디앤에이(D&A)를 통해 대우일렉을 매수하려다 실패하면서 불거졌다. 다야니 쪽은 채권단에 계약금 578억원을 지급했으나 채권단은 투자확약서 불충분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몰수했다. 이에 다야니는 2015년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을 근거로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승소했으며, 한국 정부가 영국 고등법원에 제기한 취소소송에서도 지난 20일 승소했다.

또한 당시 매매계약서에는 대우일렉의 주고객이었던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과 독일 보쉬 등이 이란계 자본의 대우일렉 인수에 동의하도록 한국 채권단과 캠코가 해결하는 것이 계약의 전제조건으로 되어 있었다고 판정부는 지적했다. 채권단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 탓에 이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점이 계약 무산의 한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영국 고법의 판결문에서도 2010년 8월 초 채권단이 미국의 이란 제재 조처에 대해 다야니 쪽에 우려를 표명했으며, 이에 따라 다야니 쪽은 이란이 아닌 싱가포르에 별도의 법인(D&A)을 설립해 계약 주체로 내세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송기호 변호사는 “당시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판정문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탓에 계약이 깨진 것이냐’는 질문에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이란 제재 때문에 계약 파기를 종용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당시 그런(이란 제재) 국면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 있으나 결론적으로 계약을 잘 체결해야 한다는 쪽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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