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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4 09:00 수정 : 2019.12.04 09:00

2019년 11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벡스코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신남방, 경제·외교안보 파트너 부상
경제협력 강화 방안 업그레이드 필요

2019년 11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벡스코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은 신남방정책과 관련해 의미 있는 달이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서 열렸고, 한-메콩 정상회의가 이전 장관급에서 정상급으로 격상돼 처음 개최됐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서 신남방정책을 선언한 지 만 2년이 되는 달이었다.

신남방정책 선언 2년 이후 우리나라와 아세안, 인도를 포함한 신남방지역과의 관계 변화를 요약하면 신남방지역이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사회문화에서도 한국의 주요 협력 파트너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신남방, 경제·외교안보 파트너 부상

먼저, 경제 측면에서 신남방지역은 한국의 확고한 2대 교역 파트너이자 2대 투자 대상국으로 자리잡았다. 2018년 한-아세안 상호 교역액이 16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고, 2019년 상반기 한국의 아세안과 인도 수출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상회했다. 1위인 중국(24.2%)과 격차가 크게 축소됐다. 신남방지역 해외직접투자도 전체 투자 가운데 16.2%(누적액 기준)를 차지해 미국(25.2%)에 이어 2대 투자 대상지로 성장했다. 미-중 통상 분쟁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위험 요인)가 고조되고 국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외 경제의 다변화와 성장동력 확보에 일조한 것이다.

신남방지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9년 10월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실질 타결되고, 한-말레이시아, 한-필리핀 FTA도 타결을 앞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월4일 타이 방콕에서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은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완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변화는 글로벌 가치사슬(GVC)과 역내 경제통합을 활발하게 해 한국의 신남방정책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둘째, 외교안보 측면에서 2017년 11월 신남방정책 선언 뒤 2년도 되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지역 11개국 순방을 모두 마쳤고, 아세안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 이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한-아세안 협력도 강화됐다.

마지막으로, 사회문화 측면에서 한-아세안 상호 방문객이 2018년 최초로 1천만 명을 돌파해 한-아세안 인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다. 이런 변화가 모두 신남방정책 효과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신남방정책이 기여했다고 본다.

효과적인 정책 추진 위해 보완 필요

그러나 신남방지역의 무역·투자 환경이 한국 기업에 불리하게 바뀌는 등 대내외 환경이 변하고 있다. 이에 경제 측면에서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신남방정책 보완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법은 △고도화 △차별화 △연계성 강화 △내실화, 네 키워드로 집약된다.

첫째, 고도화다. 신남방지역에서는 무역 불균형 확대 우려, 현지 부품 조달 비율 확대와 기술이전 요구, 임금 상승 등 무역·투자 환경이 바뀌고 있다. 이에 한국은 생산 네트워크 분업 체제 강화 등 경제협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베트남 생산 분업을 전자제품에서 화학·자동차 등 다른 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노동집약적 산업은 이들 산업 투자 유치 정책을 강화하는 국가로 이전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역·투자 분야에서 40~50%에 이르는 아세안 내 베트남 집중도는 다소 완화될 것이다.

베트남 집중도 완화는 베트남 투자를 축소하기보다 베트남 같은 성공 사례를 신남방지역에서 추가 발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세안 가운데 거대한 내수시장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젊고 풍부한 노동력과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인도 등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둘째, 차별성이다. 오래전부터 아세안 시장을 공략한 일본과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하는 중국과는 다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신남방지역 국가가 관심을 보이는 한국의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경공업, 중후장대산업(중화학공업), 정보통신·서비스 산업으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산업화를 경험했고, 여기에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강점이다.

다음으로 신남방 지역은 경제 규모, 발전 단계, 인구, 문화, 종교, 제도가 다양해 나라마다 차별화 전략을 펴야 한다. 아세안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해 생산을 세분화하는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선별적 해외투자 유치 전략으로 산업 클러스터 구축과 기술이전을 중시하는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저임금노동보다 자본과 기술을 활용한 혁신 허브화를 진행 중인 말레이시아·타이·싱가포르 등 그룹별로 차별화한 전략이 필요하다. 인도는 13억 인구의 고속성장 국가로 정보통신 서비스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로 이 분야의 경제협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 셋째, 연계성 강화다. 아세안 FTA, 아세안-인도 FTA, 아세안경제공동체, 아세안연계성종합계획, 동아시아 국가를 우선시하는 인도의 외교정책 ‘액트 이스트’(Act East), RCEP 등 신남방지역의 현지 정책과 역내 연계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수출과 투자 때 연계성을 활용하면 이들 지역에서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한국 자동차를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직접 수출하기보다 인도 현지 자동차 공장에서 만들어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수 있다. 끝으로, 내실화(체계화)다. 2019년 신남방정책은 57개 세부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장단기 로드맵(이행안) 마련정부와 민간의 역할 구분 △민관 공조 체계 확대 등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장 ysjeong@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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