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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3 15:05 수정 : 2019.12.03 15:30

중국 선전의 비야디 공장에서 전기차에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선전/로이터 연합뉴스

무역협회 ‘중국, 인재의 블랙홀’ 보고서 발간
배터리 연봉 3배 제시, 반도체 ‘삼성·하이닉스’ 채용조건 명시
동종업계 재취업 금지 피하려 자회사 등 편법 고용하기도

중국 선전의 비야디 공장에서 전기차에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선전/로이터 연합뉴스

배터리·반도체 등 주요 기술 분야의 인재가 중국 쪽으로 유출되는 양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유출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3일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중국, 인재의 블랙홀-중국으로의 인재 유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두뇌유출지수’는 10점 만점에 4.00점으로 조사국 63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조사를 시작한 2014년 이래 계속 40위권에 머물고 있다. ’두뇌유출지수’는 스위스경영개발대학원이 개발한 측정도구로 10점 만점에 점수가 낮을수록 국외 유출 정도가 심한 것을 가리킨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6위), 독일(9위), 홍콩(12위) 등 주요 기술선진국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인력 유출의 상당수가 흘러가고 있는 중국 쪽의 한국 인력 유치 노력이 ‘탈취’ 수준으로 심각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산업고도화 추진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면서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기업들도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제시하며 한국 인재를 집중 유치하고 있다.

보고서는 인력유출이 심각한 대표적 업종으로 배터리, 반도체, 항공 등을 꼽았다. 현재 세계 시장의 성장 속도가 커 많은 기업이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배터리 업계의 경우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시에이티엘(CATL)이 지난 7월 대규모 채용을 하면서 부장급 책임자의 경우 세후 3억원가량의 높은 연봉을 제시했다. 중국의 대표적 전기차 기업 비야디는 2017년 연봉 외에 성과급, 자동차, 숙소 제공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한국 배터리 인력을 채용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그룹 ‘헝다’는 올 초 신에너지차 기업을 세우면서 8천여명의 글로벌 인재를 채용했는데, 한국, 일본, 독일 등 자동차 강국 출신 경력자를 우대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한국 인재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며 “특히 핵심 기술 침해 및 인재유출 논란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엘지(LG)화학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혼란을 틈타 경쟁력이 높은 한국 전문 인력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푸젠진화(JHICC)가 올 4월 인력 채용 공고를 내면서 ‘10년 이상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자 우대’를 명시했다. 인력 빼가기를 노골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파일럿 등 국외 인력 유출이 가장 먼저 시작된 항공업계는 2014년부터 올 7월까지 한국에서 460여명의 조종사가 외국 항공사로 이직했는데, 이 가운데 최소 367명(80%)이 중국 항공사로 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동종기업 재취업 금지 조항 등을 피하기 위해 투자회사나 자회사에 고용하는 형식으로 한국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어 반도체 인력 유출은 통계로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의 고급 인력 유출은 기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항공 산업은 안전성 저해, 신규노선 개척 어려움 등의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인력 유출 방지와 인재 유치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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