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9 18:56
수정 : 2005.12.2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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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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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이동전화 이용자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에스케이텔레콤(SKT) 가입자들은 다음 달부터 발신자전화번호표시(CID) 요금을 내지 않게 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이 가입자와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동안 월 1천원씩 받던 시아이디 요금을 2006년 1월부터 무료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들은 새해부터 연간 2천억원 가까운 요금을 덜내게 됐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케이티에프(KTF) 및 엘지텔레콤(LGT) 가입자들은 시아이디 요금을 계속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업체 모두 시아이디를 무료화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업체들은 19일에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요금을 내릴 여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무료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체들 사이에 가격이나 요금 인하 경쟁이 벌어지면, 후발업체들이 앞장서는 게 일반적이다. 시장을 빼앗아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시아이디의 무료화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케이티에프와 엘지텔레콤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새해 들어 에스케이텔레콤이 시아이디를 무료화했다고 생색내기를 할 경우, 케이티에프와 엘지텔레콤 가입자들이 홀대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아이디는 대다수 가입자들이 이용하고 있는데다 정액요금으로 돼 있어, 이를 받는 것은 기본료를 그만큼 더 받는 것과 같다. 게다가 엘지텔레콤은 시아이디 요금으로 월 2천원씩이나 받고 있다. 또한 그동안 사회적으로 논란을 겪으면서 시아이디는 원가가 거의 들지 않는 서비스라는 게 드러났고, 케이티에프와 엘지텔레콤이 무료화에 동참할 것인지를 지켜보는 눈들이 많아졌다.
그런데도 케이티에프와 엘지텔레콤이 버티는 것을 보면, 시아이디를 무료화하지 않아도 가입자 유치에 별 타격이 없을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아이디를 무료화하면 연간 600억~800억원 정도의 매출이 사라지는 반면, 시아이디를 무료화하지 않아도 이 정도 매출만큼의 가입자를 잃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엘지텔레콤은 지난해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에프가 시아이디 요금을 월 2천원에서 1천원으로 인하할 때 따라 내리지 않고 버텼으나, 오히려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케이티에프와 엘지텔레콤의 생각이 이번에도 적중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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