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15 19:32
수정 : 2005.12.1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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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영캐주얼 매장에서 쇼핑 나온 중년 여성들이 캐주얼 의류를 둘러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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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33%로 껑충 20대 못지한은 30대 겨냥 마케팅 주효
40∼50대도 합류 주5일제도 큰 영향
회사원인 이희진(33)씨는 ‘한 벌 정장’이 싫다. 그는 20대 후반에 선호했던 영캐주얼 브랜드들을 여전히 사서, 캐주얼과 정장 느낌을 적당히 섞어 옷을 입는다. 갖춰 입은 듯 하면서도 나이들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주부 김미경(47)씨는 아예 대학생인 딸과 몇몇 옷가지를 함께 입는다. 호리호리한 체격 덕분이지만, 캐주얼한 패딩 자켓 등은 빌려 입어도 그다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캐주얼’이 패션시장에서 세대공감의 열쇳말로 등장했다. 올 의류시장에서 캐주얼은 3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5년 전인 2000년의 25%에 비해 급상승했다. 게다가 올 의류시장 전체 매출(잠정)이 19조3610억원으로 2000년에 비해 0.53%밖에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캐주얼 시장만 약진을 한 셈이다.
이런 ‘캐주얼 열풍’은 패션 표현력과 소비력을 갖춘 30대의 등장과 주 5일제의 확산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1990년대 초반 ‘신세대’ ‘신인류’로 불리며 자기 표현을 중시했던 세대가 30대로 진입하면서 20대 못지않은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40~50대도 10년 이하의 연령층과 패션 감각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등 쇼핑가의 경기회복 견인차는 단연 영캐주얼과 멀티캐주얼 등 캐주얼이다. 롯데백화점은 올 다섯차례의 정기세일에서 5.2~33.2%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영캐주얼은 8.8~32.6%, 멀티캐주얼은 8.9~44.6%로 훨씬 높았다. 영캐주얼은 에고이스트·시스템·톰보이 등 20대를 우선 타겟으로, 30대 초중반을 차순위 타겟으로 이미지를 설정한 여성복 브랜드들이다. 또 멀티 캐주얼은 지오다노·폴햄·마루 등 유니섹스 스타일의 캐주얼 브랜드들을 포괄한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006년 패션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여성복은 캐주얼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아, 정장시장은 거의 축소되고 캐주얼화와 스포츠화의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캐주얼 확산은 ‘세대 넘나들이’와 맞물린다. 외국에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35세’를 세대간 교집합이 이뤄지는 주요 트렌드로 꼽고 있을 정도다. 미국계 비즈니스 포탈인 엔터프르너닷컴(entrepreneur.com)은 ‘2005년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35세’를 트렌드 현상으로 꼽으면서 “대학생, 30대 직장인, 40대 모두에게 접근하려면, 그들이 모두 35살인 것처럼 마케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을 최우선 타깃으로 한 여성 캐주얼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스’는 이런 세대 넘나들이를 잘 짚어낸 성공사례로 꼽힌다. 올 하반기 30~40대를 주요 타겟으로 시장에 진입한 지센·올리비아로렌 등의 브랜드는 김정은·송윤아 등 20대 역할을 넘나드는 30대 배우들을 전속모델로 택했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선임연구원은 “캐주얼 시장에서 30대 이상의 성인을 지칭하는 ‘어덜트’의 비중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면서 “30대는 경제력도 갖춘데다 인구 구조로 봤을 때도 20대보다 비중이 커서 패션시장의 주요 관심사이고, 이들이 캐주얼 열풍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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