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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4 17:52 수정 : 2005.11.14 20:44

인터넷 ‘하루살이’ 매매 사이트 급증 엘피지택시 색칠 바꾼 ‘부활차’ 기승 사고땐 낭패…서류 꼼꼼히 확인을


경기도 일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조아무개(38)씨는 얼마전 중고 중형 승용차를 구입하려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온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2000㏄급 차가 같은 차종의 2년짜리 중고차보다 300만원이나 싸게 ‘급매한다’는 광고를 봤기 때문이다. 적혀 있는 이동전화번호로 연락했지만 “이미 팔렸다”고 했다. 아쉬움을 곱씹던 조 씨는 며칠 뒤 다시 그 사이트로 들어갔는데 어느 새 없어져버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런 사이트가 부지기수로 늘려 있다. 바로 ‘대포차’ 전문매매 사이트였다. 요즘 인터넷이나 생활광고 전문지 등을 통해서 소개되는, 파격적으로 싼 차는 대부분 대포차다. 싼값에 덥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는 큰코 다친다.

‘대포차’란 자동차를 매매할 때 명의이전이나 등록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아 차량등록원부상 소유주와 실제 차량운행자가 다른 불법차량을 일컫는 속어이다. 과거에는 서울 장안동처럼 중고차 시장이 몰려 있는 곳에서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음성적으로만 거래돼 왔다. 그런데 최근 중고차 유통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대포차 공세에 쉽게 노출돼 있다. 지난 10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적발한 한 자동차 매매상은 불법체류 외국인을 영업사원으로 동원해 1년동안 무려 560대의 대포차를 팔기도 했다. 경찰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해마다 각각 수천대씩의 대포차량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포차는 크게 법인차와 개인차로 나뉜다. 법인 대포차는 회사가 부도난 뒤 직원이나 채권자들이 법인명의의 차량을 무단으로 가져가 중고차 시장에 파는 경우에 발생한다. 가끔 법인명의의 차를 판매한 뒤 곧바로 부도가 나서 명의이전 서류를 매수인에게 넘기지 못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 장안동의 한 중고차매매업자는 “올 들어서는 택시회사 경영난 때문인지 부도난 택시회사의 엘피지 승용차가 대포차로 많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나온 엘피지 대포차의 경우 색칠을 새로 하고 약간 수리만 하면, ‘유지비가 적게 드는 승용차’라는 뜻으로 ‘부활차’라고까지 한다.

개인 대포차는 차량에 누적된 과태료와 과징금이 중고차 매매가격과 맞먹거나 초과할 때 차주가 팔아버리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차를 담보로 사채를 빌린 뒤 원리금을 제 때 갚지 못한 차주가 사채업자에게 차를 강제로 빼앗겨 대포차로 나오는 사례도 많다. 이런 식으로 차를 빼앗은 사채업자는 대부분 값을 대폭 내리는 대신에 서류 미교부 조건으로 중고차시장에 내다판다. 개인채무자-사채업자-중고차 매매상 등을 거쳐 나온 개인 대포차를 업자들은 ‘차차차’라고도 부른다.

이런 대포차는 판매자로서는 단시간에 현금을 확보하고 각종 채무관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구매자에게는 실제 시세보다 파격적으로 싼값에 차 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자동차 등록원부의 소유자가 이전 차주로 되어 있어 세금이나 범칙금, 보험금 등을 전혀 낼 필요가 없다는 점도 구미를 당기게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대부분 무보험차량이어서 사고가 나면 큰일이다. 뺑소니로 처리돼 보상을 받기도 어렵다. 설사 나중에 이전하려고 해도 압류나 채권으로 인해 발생한 엄청난 벌금을 내야만 소유권을 양도받을 수 있다.

대포차 구매자들은 대부분 알면서도 그대로 산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들도 있다. 대포차를 구별하려면 무엇보다 서류확인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당사자끼리 거래하는 경우에는 실제 매도자와 자동차 등록원부상의 차량소유자가 동일한지를 파악하고, 매매상을 통할 경우에는 매매업 등록을 한 믿을만한 업체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포차와 성격은 다르지만 임시번호판을 단 차량도 거래시 주의해야 한다. 임시번호판을 단 차량 가운데, 간혹 자동차 영업사원이나 신차 구매자가 급하게 현금을 마련하려고 신차 출고 뒤 곧바로 중고차 시장에 되파는 경우가 더러 있다. 명의이전만 제대로 하면 문제는 없지만 할부승계나 저당 등과 관련해 매도자가 의도적으로 속여서 팔면 피해를 볼 수 도 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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