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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업계 ‘빅4’ 월별 판매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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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분다” 뜻 담긴 35년 장수 히트상품 2004년 겨울 530억원 매출…하루 70만개꼴 11월 입동전후 ‘대목’…1∼2월엔 덜팔려
11월 찬바람에 발걸음을 재촉하는 퇴근길. 길모퉁이 편의점, 집 앞 구멍가게의 환한 불빛에 문득 멈춰선다. 하얗고, 보들보들하고, 뜨끈하고, 둥근 것. 티없이 매끈한 속살 아랜 달콤한 비밀이 묻혀 있다. 군침이 꼴깍~ 호빵이다, 호빵! 올 겨울은 호빵이 맞는 서른다섯번째 겨울이다. 1971년 10월 20원짜리 ‘삼립 호빵’이 첫선을 보인 뒤 ‘겨울 간식’의 으뜸으로 등극했다. 왜 이름이 ‘호빵’이 됐을까? 그야말로 ‘호호 분다’는 뜻이다, 뜨거운 호빵을 한입 덥석 베어물려면 ‘호호’ 불어야 한다는 뜻으로 삼립식품 임원회의에서 결정됐다. 삼립식품 쪽은 “69년말 일본 제품을 벤치마킹 한 뒤 군인초소 같은 곳에서 엄청난 보안을 유지하며 1년여 개발 작업을 거쳐 첫 제품을 내놨다”며 “당시 5원이었던 일반 빵에 비해 가격이 4배나 비쌌는데도 대히트를 쳤다”고 전했다. 현재 호빵값은 5개들이 기준으로 볼 때 개당 400원~700원 수준이다. 현재 연간 호빵 시장 규모는 2004년 겨울 시즌(2004년 9월~2005년 3월)을 기준으로 530억원대이다. 에스피시(SPC) 그룹 소속인 샤니와 삼립식품이 각각 200억원과 160억원 매출로 67.9%를 차지하고, 기린과 서울식품이 각각 70억원과 30억원대로 뒤를 잇고 있다. 평균잡아 하루 70만개 정도가 팔리는데, 94년 11월 하루 160만개가 팔린 게 최고 기록이다. 김서린 둥근 호빵을 밖에서 들여다 볼 수 있게 한 호빵 찜기의 개발이 히트 비결로 꼽힌다. 호빵의 성수기는 역시 ‘입동’이 끼어있는 11월과 연말인 12월이다. 청명한 가을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맵싸한 겨울 바람으로 바뀌는 시절에 호빵의 온기가 사람들을 이끄는 셈이다. 실제 편의점 GS25가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호빵의 판매 비중을 조사한 결과 11월(26.3%), 12월(22.2%), 10월(20.2%) 순으로 많이 팔렸다. 연중 가장 추운 때인 1월, 2월의 판매 비중은 각각 15.2%, 10.0%로 오히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호빵 생산 업체 ‘빅4’인 샤니·삼립식품·기린·서울식품의 매출 기준으로 따져도 총 460억원 가운데 11월에 137억원, 12월에 141억원 어치가 팔려 60.4%의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호빵은 71년 탄생 이래 탐스런 맵시를 변함없이 유지해왔다. 사각이나 꽈배기 호빵 등 변종을 제외한 둥근 호빵은 직경 10㎝에 무게 108g으로 규격은 단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다만 앙꼬의 변천은 눈부시다. 71년 단팥과 야채로 출발한 호빵의 앙꼬는 피자·김치맛은 물론 단호박·고구마·호두·중화해물·칠리새우맛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됐다. 그러나 역시 최고 인기 상품은 전통의 단팥맛이어서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것도 있다. 한때 동네 구멍가게나 슈퍼마켓에서 70%가 팔리던 호빵은 이제 할인점의 5개들이 포장이 가장 인기다. 할인점 구입이 60%이고, 편의점에서도 10% 가량 팔린다. 삼립식품 마케팅팀 이만기 대리는 “웰빙열풍과 신세대 감각이 호빵 업계의 가장 큰 화두”라며 “다양한 세대의 감각에 걸맞게 ‘원형’의 고정관념을 깨거나 호밀·쑥 등 건강재료를 활용하려는 노력으로 호빵은 진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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