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단풍철을 앞두고 지난해 9월25일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6번국도 진고개 구간에서 관광버스가 앞서가던 미니버스와 승합차량 등을 들이받는 사고가 일어나 차량들이 파손된 채 뒤집혀 있다. 이 사고로 22명이 다쳤다. 강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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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잘못에 대한 이중처벌인가?
교통법규 준수를 위한 장치인가?
내년 9월부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대 교통법규 위반’ 시 자동차 보험료 추가 할증이 예고되자 논란이 뜨겁다. 차량 운전자들과 누리꾼 사이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은 2000년 9월 도입된 교통법규위반 경력요율제도에 따라 위반횟수에 관계 없이 5~10% 할증되지만 내년 9월부터는 신호 위반, 과속, 중앙선 침범 등 중대 교통법규를 2회 이상 어기면 보험료가 5%씩, 최고 20%까지 할증될 예정이다. 손해보험 업계는 최근 이 안을 토대로 최종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위원회가 발표한 법규 1회 위반 10%, 2회 위반 20%, 3회 이상 위반 30%를 할증하려던 계획보다는 후퇴한 것이다. 그렇지만 운전자들은 법규 위반으로 범칙금을 내고 벌점도 받는 상황에서 보험료까지 할증하는 것은 ‘이중·삼중의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감위는 “교통법규 위반시 할증률이 낮아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보험료 할증을 검토하고 있다”며 “10대 중대 교통법규 위반 및 뺑소니 사고자의 보험료는 할증하되, 할증보험료로 법규 준수자에게 할인혜택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할증 대상자는 전체 운전자의 15~20%라는 금감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도로에 무인속도측정기가 설치된 점을 감안할 때 할증대상이 될 운전자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확률이 높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더라도, 지난해 과속(제한속도보다 시속 20km 초과) 적발건수는 1138만건이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13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산술적 평균으로는 모든 차량이 연평균 1회 이상 속도위반을 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또 누리꾼들은 늘어나는 보험료 수입을 무사고 가입자에게 돌려준다는 손보협회의 약속을 믿을 수 없고, 오히려 현재 87만대에 달하는 무보험 차량만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 “차 가진 사람이 봉이냐, 이중처벌이다” 보험료 할증을 반대하는 명목상 이유는 ‘이중처벌’이라는 논리다. 벌점과 범칙금 외에 보험료까지 인상한다는 것은 가혹할 뿐더러, 이중삼중의 처벌이라는 주장이다. 교통사고를 줄인다는 명분과 별개로 교통사고가 줄어들면 보험회사들의 보험료 지급이 줄어 결국 보험회사만 배를 불릴 것이라는 것에 운전자들은 불만이다. 보험소비자협회(cafe.daum.net/bosohub) 김미숙씨는 “현재도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교통사고에 대한 보험료를 할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3개 보험회사가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할증보험료가 개인에게 제대로 분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중처벌’ 문제점을 지적했다. 다음과 네이버에서 누리꾼들의 의견이 활발하다. ‘oribal33’는 “차 가진 사람을 봉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범칙금에 벌점에다 보험료 가산이면 이중처벌 아닌가”라고 꼬집었으며, ‘ufo7788’는 “완전히 허가받은 도둑놈들”이라며 “지금까지 1100만 운전자가 납부한 과태료 사용처나 밝혀라”라고 주장했다. ◇ 현행 과속 단속시스템부터 고쳐야 현행 과속 단속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한 누리꾼도 있다. ‘fotojournal’은 “과속은 위험한 운전습관이지만 현행 단속시스템도 문제다. 함정식 과속카메라 때문에 "재수없어 찍혔다"는 인식이 많은데, 수긍할 수 있는 단속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과속범칙금과 벌점을 받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타당성이 없으며, 무보험차량을 오히려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django90’는 “교통사고가 나지 않아도 과속 한번 했다고 카메라 찍히면 무조건 할증이라니, 좀 심하다고 생각된다”고 평했으며, ‘k85555’는 “과속차량 보험료 할증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고로 인한 보험료 지급에 대한 부담이라면 범칙금 일부를 보험회사에 주면 되지, 추가 보험료 할증은 납득 안된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sando7708’는 “합리적인 법규와 제도 정비, 도로 건설 없이 국민의 돈을 뜯어내려고 하느냐”며 “무조건적인 할증이 과연 교통법규 준수와 교통사고 줄이는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썼다. ‘달도사’도 “보험료 할증이 순전히 보험사의 배를 불리기 위한 작태에 아마추어 정책입안자가 부화뇌동해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제한속도 등 현실에 맞지 않는 교통법규를 재정비하지 않고 강행하면 결국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교통법규 위반하지 않은 차량 보험료 많이 낮춰야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은 차량에 대한 보험료를 현격하게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올해 전병헌 의원의 국감자료를 보면,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도 지속적으로 할증해 왔고, 보험사는 2001년 8월 ‘자동차보험료 전면 자율화’를 이유로 ‘장기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를 인상’해서 받은 바 있다. 때문에 금감위의 해명에도 할증보험료의 혜택이 무사고운전자에게 돌아간다는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손해보험협회는 중대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할증안은 구체적 검토를 벌이고 있지만, 장기간 법규 준수자나 무사고 운전자에 대한 추가 혜택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핵탄두는 “과속차량 보험료 할증 찬성한다. 대신 과속 스티커 1년에 한번도 적발 안되면 보험료 30% 삭감해라”며 “과속을 안한 사람이 교통사고 위험을 감소시키니 당연히 보험료를 삭감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cccssww’도 “만약에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다면 1년에 10%, 2년에 20% 3년에 30% 이렇게 보험료 내려라”라고 제안했으며, ‘probgg’는 “20년 무사고면 보험금을 안내도 된다는 정책은 왜 만들지 않느냐”며 “받을 건 다 받으려고 하면서 할인은 안해준다. 칼만 안 들었지 완전히 도둑놈 심보”라고 꼬집었다. ◇ “보험 들지 말자. 우리끼리 보험·공제 만들자” 보험 무용론도 보험을 들지 말자는 ‘과격한 주장’도 있다. “그러니 무보험 차량이 늘어나는 거다. 우리 아예 보험 들지 말자.”(‘fox0924’), “무보험 차량 많이 늘어나겠구만.”(‘ebosum’), “보험료가 할증되면 만일의 경우를 보장해 준다는 보험이 주는 혜택보다 가입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건데, 보험이 더이상 필요할 것 같지 않다.”(‘aichina’) 누리꾼들끼리 아예 보험회사를 만들자는 제안도 있다. ‘byulluya’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가렴주구를 일삼으니 잘난 보험회사도 따라하는데, 국민이 봉이냐”며 “힘없는 민초인 우리끼리 보험공제라도 만들어야지 어디 억울해서 살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2일 “자동차 보험료 할증 방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시간을 갖고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이며, 아직 결정난 것이 없다”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보험료 할증은 필요하지만 운전자에게 과도한 부담은 주지 않도록 하되, 법규준수 운전자에게는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는 방안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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