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마력 동급 중 ‘우뚝’
급커브때도 흔들림 없어
타 보니/폴크스바겐 파사트
독일 폴크스바겐에는 바람의 이름을 딴 차가 많다. 아드리아해에 부는 바람인 ‘보라’(Bora), 멕시코 걸프만에 이는 돌풍의 이름인 '골프'(Golf) 등이 좋은 예다. 무역풍을 뜻하는 ‘파사트’(Passat)는 폭스바겐 차 이름 가운데 가장 넓은 지역에서 부는 바람이다.
1973년 데뷔한 뒤 30여년간 1300만대 이상 팔리며 장수한 이 차가 6세대로 모델로 거듭나 한국에 왔다. 파사트는 배기량 2리터 엔진을 얹는 문 4개짜리 세단이다. 성능 좋은 차를 좋아하지만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쓰기 편한 차를 골라야 하는 운전자가 이 차의 전통적 고객층이다.
새로 나온 6세대 파사트는 중형차의 틀에 고급 대형차 수준의 편의장비를 담은 차로 평가 된다. 국내에서 1억6천만원에 팔리는 폴크스바겐의 호화 승용차 페이톤과 닮았다고 해서 ‘리틀 페이톤’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가장 달라진 점은 겉모양이다. 파사트는 앞 범퍼 사이를 브이(V자)자 형상으로 갈라 입 모양을 두드러지게 한 ‘싱글 프레임 그릴’ 방식으로 디자인 되었다. 이 모양은 앞으로 폴크스바겐의 패밀리룩이 된다. 아우디 A4와 차 뼈대를 같이 쓰는 파사트는 차폭이 전보다 7.4cm, 길이가 6cm 이상 늘었다. 부풀린 덩치는 고스란히 탑승객 편의에 쓰여 국내에 수입되는 중형 세단 가운데 실내가 가장 널찍하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예사롭지 않은 시동키가 눈길을 끈다. 파사트에는 '푸쉬엔고(Push & Go)'라는 독특한 시동 시스템이 쓰였다. 라이터 크기 만한 사각형의 전자키를 키상자에 넣고 누르면 바로 시동이 걸리는 식이다. 중형급 모델에는 분에 넘치는 편의장비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도 눈길을 끈다. 대시보드 왼쪽 끝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긴다. 막대를 잡아 올리는 불편이 사라진 것은 물론, 가운데 공간이 깨끗하게 정돈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운전석 방향 앞문에는 우산을 꽂는 수납공간도 있다. 뒷 좌석은 의자 어깨에 달린 단추를 누르는 것 만으로 간단히 접을 수 있어 꽤 편리하다.
국내에 들어오는 파사트에는 휘발유 직분사식(2.0 FSI)과 터보가 달린 모델(2.0 TFSI) 등 두 종류가 있다. 시승차는 이 가운데 2.0 FSI였다. 이 엔진은 가족형 세단의 영역에서는 분에 넘치는 150마력의 최대 출력을 자랑한다. 터보차저가 달린 TFSI는 200마력까지 힘이 올라간다.
가속성능 역시 흠잡을 데 없다. 도로가 조금만 비어 있으면 손쉽게 시속 200km까지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었으며, 순발력을 재는 기준인 0→100km 돌파 시간은 10.2초로 제법 빠른 편이었다. 연비는 휘발유 1리터당 10.9km다. 종합적인 시승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단단함’이라 할 수 있다. 급한 코너를 돌아도 차체 흔들림이 없어 뼈대가 견고하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파사트는 전체 몸체의 79%를 고강도 강판으로 만들어 비틀림 강도가 전보다 57% 향상되었다. 가장 놀란 부분은 가격이다. 폴크스바겐은 2.0 FSI의 가격을 3790만원(컴포트)~3990만원(프리미엄), TFSI를 4450만원으로 책정했다. 김재호 자동차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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