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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7 17:47 수정 : 2005.10.27 17:55

중국발 김치 공포로 김치공장을 직접 찾아가 김장을 담그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동원식품 제공

바뀌는 김장 풍속도


27일 충북 진천 동원에프앤비의 포장김치 공장. 40~60대 주부 20여명이 두런두런 ‘김치’ 관련 얘기 꽃을 피우고 있다. 아파트 반상회에서 ‘김치 어디 사먹겠느냐’고 성토를 하다가 직접 김치공장을 둘러보자고 나선 주부들이 상당수다. 박관순(57)씨는 “모이면 다들 김치 걱정”이라며 “아파트 장터에선 배추 세포기가 만원이나 하길래 브랜드 포장김치가 어떨지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김치공포로 ‘김장철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등에서도 내 손으로 재료를 골라, 직접 김장을 담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맞벌이 부부들은 믿을 만한 ‘김치’ 찾기에 부산한 풍경이다.

농산지·김치공장 방문프로그램 인기
유기농 브랜드등 예약 주문 쏟아져
백화점·할인점 ‘김장특강’ 잇단 개설

“이 참에 김장 배우자” 결혼 2년차로 직장생활을 하는 유미진(28)씨는 최근 ‘김장 강좌’에 등록할까 생각 중이다. 김치는 사먹으면 된다고 생각해왔지만 중국산 김치에 ‘기생충 알’이 있다는 얘기에 소름이 끼치면서 김장을 고민하게 됐다. 유씨는 “친정이나 시댁이나 김치를 가져다 먹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요리책 대로 깍두기를 담가본 적이 있는데 쉽지 않아서 주말 강좌에 등록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32·회사원)씨도 “마침 ‘초보 주부 김치 담그기’ 프로그램에 관한 이메일이 왔길래 따로 챙겨뒀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화점·대형 할인점 등은 ‘김장 특강’을 속속 개설 중이다. 인터넷 요리 강좌 접속자 수도 부쩍 늘었다. 홈플러스는 “김장강좌 문의가 많아서 지난해 34개였던 강의를 올해 48개로 40%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내 눈과 내 손만 믿어” 농산물 생산지를 방문해 직접 김치를 담가오거나 김치공장을 둘러보는 프로그램들도 인기다. 국산 재료를 직접 고르고, 내 손으로 직접 담가야 안심이 된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11~12월 농촌 전통테마마을 10곳에서 김치 담그기 행사를 연다. 현지서 생산된 배추와 채소를 이용해 직접 김장을 하고 가면, 필요할 때마다 배송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행사 참여는 테마마을 인터넷 홈페이지(go2vil.org)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동원에프앤비도 다음달 1일부터 12월16일까지 주중 ‘김장투어’를 실시한다. 김치 공장을 둘러보고 5만5천원~14만원을 내면 배추김치와 겉절이 등을 10~30㎏ 직접 담가 가져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전화(080-589-3113)나 홈페이지(yangban.com)로 신청하면 된다.

유통·식품업계 ‘김장’강좌



‘밥상 신뢰’ 찾아 삼만리 김지현(32·주부)씨는 아는 사람에게 수고비를 주고 김장을 맡기기로 했다. 김치를 직접 담그기는 어렵고, 사먹기도 불안해서 내린 결정이다. 김씨는 “시댁에서 손맛 좋기로 소문난 아는 분께 부탁하기로 했다”면서 “재료비와 수고비를 드리면 김장을 담가주는 데, 요즘 알음 알음으로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집집마다 ‘김치 안전성’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백화점·유기농 브랜드의 김장 예약 주문도 인기다. 현대백화점 쪽은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압구정 본점에서 김장김치 예약을 받고 있는데, 아무래도 백화점을 통하니까 좀더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고 전했다. 또 풀무원도 친환경식품전문점 올가에서 다음달 1일 부터 28일까지 김장재료 예약 주문 판매를 받을 계획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김장 날짜, 느긋하게 잡으세요”

‘때 이른 김장 붐’ 비켜가야
11월중순∼12월초순 적당
할인점 특판등 알뜰 활용을

‘김장 붐’이 불고 배추 값이 뛰면서 김장 시기 결정과 김장 재료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집들이 늘고 있다. 최근 배추 값은 포기당 3천원을 넘어서 4천원에 육박하고 있다. 배추 값이 유난히 쌌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세 배 이상 오른 상태다. 그러나 전라·경기도 등지의 가을 배추 출하 시기를 잘 고려하고 고춧가루 등 양념값 인하를 잘 활용하면 알뜰하게 김장을 담글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일찌감치 밭떼기나 계약재배로 김장 물량을 확보한 대형 할인점 등 유통가는 11월 김장철에 들어서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김장 물량을 풀어놓을 계획이다. 또 최근 배추 가격 급등세에 출하를 저울질 하는 산지 분위기도 있는 만큼, 유통업계는 시기적으로 11월중순에서 12월초 사이에 김장을 하면 비교적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당수 대형 할인점들은 이번 김장 특판의 배추 값이 포기당 1000원 밑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배추 100만통을 확보한 롯데마트는 전량 1000원 미만, 일부는 500원 미만의 파격할인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는 미끼상품이 포기당 200원대에 팔리기도 했다. 이마트도 지난해보다 30% 늘린 100만통 전량을 1000원 밑으로 판다는 전략이다. 김치강좌를 운영하는 전통음식상설교육장 강신의(58·여) 원장은 “서울 가락시장 상인들이 시골 귀퉁이 마을까지 배추 사러 다니기에 바쁘다”면서 “지금은 고랭지 배추 끝물이라 파는 물량도 적고 사려는 사람도 망설이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11월 중순 김장 행사를 열고, 롯데마트도 다음달 15일 이후 대대적인 김장 배추 행사에 들어간다. 홈플러스는 “다음달 17일부터 김장 행사를 연다”며 “유통가에선 포기당 1500원 이상 받아야 하지 않냐고도 하지만 업계의 가격 경쟁이 불붙으면 값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 쪽도 “김장 비용의 60%는 양념값”이라며 “저렴한 행사를 이용하고 김장 시기를 늦추면 부담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산지 표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우리 농산물 고르는 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가의 ‘우리 농산물 기획전’도 늘고, 문화센터엔 ‘우리 농산물 고르는 법’을 가르치는 강좌까지 생기고 있다. 롯데마트 수지점은 다음달 24일 ‘웰빙 제안! 우리 농산물 제대로 알고 사 먹읍시다!’란 강좌를 마련했다. 수지점의 신선조리 담당인 조정웅 강사는 “국산 농산물류는 색상이 투박하고 수입산에 비해 선별이 덜 돼 있고 크기도 작은 편에 속한다”고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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