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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5 17:35 수정 : 2005.09.15 17:35

타보니

자동차는 데뷔 3년 정도 지나면 성형수술 하듯 얼굴을 뜯어 고친다. 이를 ‘페이스 리프트’라 한다. 뼈대는 놓아두고 헤드램프나 범퍼 등 일부 디자인만 바꿔 새 차처럼 포장한 것이어서 보통은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한다. 반면 ‘페이스 오프’는 완전히 새차는 아니지만 페이스 리프트보다는 훨씬 더 새롭게 단장한 차를 말한다. 르노삼성의 새 준중형차 에스엠(SM)3 뉴제너레이션은 페이스 리프트가 아닌 ‘페이스 오프’급으로 변신한 중간 모델이다.

앞뒤 차축간 거리 10mm·차폭 5mm 늘려
리터당 주행거리·직선구간 승차감 개선

변화의 핵심은 앞모양이다. 새 차의 전면부는 바지 앞단추 한 두개를 풀고 과감한 포즈를 취한 패션 모델처럼 도발적이다. 큼직해진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에 공기 흡입구를 넣었고, 범퍼는 고정관념을 깨고 ‘V’자 형태로 날카롭게 파 놓았다.

형제차인 에스엠7이나 에스엠5와 패밀리룩을 이루었다는 르노삼성의 설명처럼, 언뜻 보면 한 급 위의 차처럼 커보인다.

후면부도 리어 램프를 벤츠풍의 삼각형 디자인으로 바꾸어 볼륨감을 살렸고 번호판도 에스엠7처럼 범퍼 아래로 내리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크기도 조금 달라져 앞뒤 차축간 거리가 1490mm로 이전보다 10mm 늘어나고 차 폭이 5mm 커졌다.

겉 모습 만큼 알맹이도 달라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도로 위에서 혹사시켜 보았다. 경쟁차보다 실내가 좁은 에스엠은 견고한 코너링 성능과 반응이 빠른 엔진으로 약점을 만회해 왔다. 새 에스엠3는 이런 강점을 더욱 극대화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엔진이 반응해 빠른 추월성능을 보였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 때까지 코너에 내던져도 차체 흔들림이 거의 없다.

새 에스엠3에는 운전상황에 따라 흡기량을 자동조절(CVTC)하는 107마력급 엔진을 얹었다. 이 엔진은 출력과 응답성을 살리면서도 연비까지 좋은 것이 특징이다. 새 차는 리터당 주행거리가 전보다 0.3km 늘어난 12.6km(자동변속기 기준)이다. 가속페달을 전자센서로 제어하는 첨단장치(ETC)도 이번에 새롭게 달았다.

커진 힘에 비례해 서스펜션 세팅도 바꾼 듯하다. 날카로운 코너링은 여전하지만 직전 주행 승차감은 전보다 부드럽게 다듬어졌다. 특히 좌우로 방향을 잇따라 바꾸는 복합 코너를 달려 보니 마치 튜닝된 자동차처럼 안정적인 운동특성이 느껴졌다. 엠피3 플레이어 같은 외부기기를 마음대로 연결해 쓸 수 있는 카오디오 단자를 설치하는 등 실내에서도 신선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등급을 뛰어 넘는 고급화와 고성능화를 추구한 르노삼성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살인적 고유가 시대를 맞아 준중형차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6리터급 엔트리 세단 시장에서 에스엠3가 어떤 승부를 펼칠지 기대된다. 경쟁차보다는 약간 비싼 1000만~1466만원의 가격대는 성능과 스펙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재호 자동차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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