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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7 22:02 수정 : 2005.03.07 22:02

베리웰 가산점에서 손님들이 와인과 함께 닭요리를 맛보고 있다.

<성공창업 현장을 가다-와인 숙성 치킨점>

아기자기한 무늬로 꾸며져 고급스럽게 보이는 나무 간판부터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흰 벽면에 높은 천장, 기둥처럼 서 있는 와인장이 밝고 환한 느낌을 전해준다. 12평 남짓, 그리 크지 않은 점포지만 차 한잔 마시고 가면 좋음직한 아담하고 깔끔한 카페 분위기다.

“저도 길을 지나가다 분위기가 예뻐 보여 들어가보고는 결정했어요. 딱 이거다 싶었지요.” 와인숙성 치킨전문점 베리웰(iverywell.co.kr)의 구로구 가산점 황혜진(36) 사장은 자신도 밝고 환한 매장 분위기에 반해 점포를 낼 결심을 했다고 말한다.

사실 황 사장은 이미 5년의 치킨집 경력을 가진 베테랑 점주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현재 점포에서 치킨집을 시작했다. 그때는 6.5평의 소형 점포라 주로 배달만 하면서 프라이드·양념 치킨만 다루는 ‘고전적인’ 치킨집이었다.

배달만 해서는 매출 한계

그러다 마침 점포가 있는 건물이 새단장 공사에 들어가 1년 반가량을 쉬게 됐다. 그러면서 황 사장은 치킨집의 브랜드를 바꿔보자고 마음먹고, 새 브랜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배달만으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점포가 작아 내점 손님을 받지 못했거든요. 매장에서도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알아봤지요.” 5년 동안 장사를 해오면서 ‘치킨’이라는 업종에 대해선 자신이 있었던 터라 여기에 뭔가를 더 얹을 수 있는 형태를 고민했던 것이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와인숙성 치킨전문점이었다. 일단 지나가다 눈에 확 뜨일 정도로 밝고 예쁜 매장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다양한 메뉴도 매력적이었다. 배달 주문이 많은 프라이드·양념 치킨 외에 그릴치킨, 치킨 샐러드, 치킨 야채쌈 등 색다른 메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기본 치킨으로 기존 배달 주문을 유지하면서 매장에서는 새 메뉴로 승부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단번에 계약을 결심했다.

창업비용은 약 3500만원 정도가 더 들었다. 전에 있던 오래된 집기들을 모두 버리고 새로 바꾼데다, 인테리어 공사까지 싹 새로 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비용은 평당 120만원 정도로 보통 작은 카페를 하나 여는 것과 비슷하게 들었다.

공사를 끝내고 지난해 12월 새로 문을 열면서, 황 사장은 개업 인사에서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보통 개업을 알릴 때 많은 사람들이 병따개, 수건 같은 선물을 돌리곤 한다. 하지만 황 사장은 이런 용품들이 가정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망설였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얻은 결론이 ‘달걀’이었다. “어차피 가정에서 배달시킬 때 지갑을 여는 건 주부들이잖아요. 조금 더 투자를 해 주부들이 좋아하는 걸 돌리고 싶더라고요. 달걀은 닭과 연결도 쉽고요.”

같은 주부로서 기지를 발휘한 황 사장의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문을 열자마자 금세 입소문이 퍼져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 뒤편 아파트 손님들을 비롯해 주변 회사원들도 퇴근 시간이면 몰려들었다. 칙칙한 호프집엔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꺼려지지만 분위기가 밝고 환해 아이들 걱정을 덜었다는 가족 손님도 많았다.

배달도 금세 이전 수준 이상으로 올랐다. 예상대로 배달 땐 프라이드·양념 치킨과 같은 기본 메뉴가, 매장에선 새로운 메뉴들이 술안주로 잘 나갔다. 여기에 잔으로 3천원씩 받는 와인도 호기심 삼아 찾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덕분에 매출은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하루에 50만~70만원 정도, 월 1500만~2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비용도 함께 늘었다. 점포가 12평으로 늘어나면서 보증금 5천만원, 월세 235만원으로 월세가 꽤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집 앞이라 집안 일과 초등학생인 아이를 돌볼 수 있어 택한 것이었다. 또 전에는 주방은 어머니가, 배달은 황 사장이 맡았지만 이제는 홀 서빙을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둬 인건비도 늘었다. 이렇게 해 황 사장의 손엔 매달 약 500만~600만원 정도의 순익이 남는다. 예전에 300만원 남짓 쥐던 것보다는 훨씬 성적이 좋다.

‘엄마들’이 원하는 것 잘 헤아려야

요리는 어렵지 않다. 와인과 허브에 12시간 동안 숙성된 뒤 손질까지 한 닭이 매일 새벽에 배달돼, 주방에선 튀기거나 굽기만 하면 된다. 와인에 숙성돼 육질이 부드럽다는 게 손님들의 일반적인 평가라고 한다. 메뉴는 대부분 1만2천원 안팎으로 저가형 치킨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유명 브랜드 치킨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황 사장은 치킨집은 처음 장사를 하기에 적당한 업종인 것 같다고 추천한다. 적은 자본으로 할 수 있는 것 가운데에선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황 사장이 야무지게 장사를 해 자리를 쉽게 잡을 수 있었던 점도 있다. “치킨집은 동네 장사니까 관리가 생명이에요. 아직도 배달은 꼭 사장이 직접 가요. 배달 갈 때마다 아이들 자라는 것도 살피고 인사도 나누고요.” 엄마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만 잘 헤아릴 수 있으면 장사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게 황 사장의 이야기다.

김윤지 〈이코노미21〉 기자

yzkim@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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