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2 08:11
수정 : 2006.08.02 09:32
인터넷 바다 ‘낚시질’ 조심하세요
“도토리 받으려다가 낚시질에 걸렸어요. ㅠ.ㅠ”
인터넷 바다에 ‘낚시질’이 성행이다.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한달에 몇천원씩을 야금야끔 빼먹는 이벤트 사이트들이 낚시꾼들이다. 최근에는 이동통신 3사에 동요 등 어린이 콘텐츠를 제공하는 ‘키즈랜드’ 유료 부가서비스 가입 등의 낚시질에 걸렸다는 원성이 인터넷에 자자하다.
낚시질의 함정들=낚시줄이 드리운 곳은 네티즌들의 방문이 잦은 자료실·게임·커뮤니티 사이트들이다. 대개 포인트, 온라인 캐시, 싸이월드 도토리 지급 등을 미끼로 쓰는데, 여기에 혹해 클릭하면 이벤트 사이트로 이어진다. 이벤트들은 하나같이 무료나 공짜 ‘혜택’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이동통신사나 콘텐츠 업체들의 유료 부가서비스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자료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럽박스’ 사이트의 ‘무료 충전소’를 클릭하면, 케이티에프 고객용 이벤트가 7천 포인트를 공짜로 주고 키즈랜드 등 6가지 서비스 혜택을 약속한다. 하지만 ‘휴대전화 인증번호 입력과 동시에 유료 부가서비스 가입’ ‘일주일 무료체험 뒤 자동 유료전환’으로 요약되는 게 이벤트의 핵심이다.
이를 알아채는 것은 쉽지 않다. 단계별로 정보가 찔끔 찔끔 전달되는데다 애매한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가입된 뒤에는 즉시 해지가 불가능하고, 무료체험 기간이 끝나야 해지가 가능하도록 해 시기를 놓치면 유료 자동전환으로 이어지는 함정을 파놓기도 한다.
폰인증은 소액결제 동의=각종 이벤트들은 대개 휴대전화 인증(폰인증)을 요구한다. 이런 폰인증은 소액결제를 승인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결제대행업체가 승인번호를 문자메시지로 보내주고, 사용자가 이 번호를 다시 사이트에 입력하는 시스템이다. 폰인증을 하는 순간 사용자는 자신의 통신요금에 소액결제 금액을 부과하는 것을 승인하게 된다. 이벤트 낚시질은 이런 폰인증을 악용해 유료 부가서비스 가입을 유인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정보통신팀 마미영 대리는 “폰인증을 본인 확인 절차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폰인증은 소액결제로 바로 연결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천~5천원 정도의 소액이 다달이 빠져나가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경우 대개 이런 이벤트 낚시질에 걸린 사례들이다.
피해구제 어떻게 할까=낚시질에 걸리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일단 이벤트에 참여한 경우에는 서둘러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 해지에 나서는 게 좋다. 이벤트에 관여한 업체는 콘텐츠 업체와 결제대행업체, 이통사로 압축된다. 이통사는 과금 대행만 한다면서 소액결제 피해 해결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지만 이통사 역시 결제 연쇄고리에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총결제금액의 5~10%, 케이티에프가 1.5~1.8%, 엘지텔레콤이 5% 정도를 가져간다.
피해자는 먼저 이통사 고객센터에 부가서비스 가입이나 소액결제 승인 내역, 결제대행 업체, 콘텐츠 업체 등의 정보를 요청하도록 한다. 일부는 고객센터에서 해지가 가능하지만, 콘텐츠 업체를 통해야 해지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미 유료 전환이 돼 요금이 빠져나갔을 경우에는 이통사 고객센터, 한국소비자보호원, 정보통신부 고객만족센터 등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정통부 조연수 고객만족센터 팀장은 “금액이 소액이다보니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짜증스러워도 포기하는 피해자가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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